마방만들기
드디어 마방이 모양을 갖추어 간다.
문도 달고 창문도 만들어 이제는 비바람이 칠 때 젖지 않고 있을 수 있다.
원래 말이 갖혀 있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어 마방을 짓지 않았는데 몇달을 고민하다 결국 저질렀다.
비바람이 수평으로 많이 들이치는 제주에서 부지런히 발굽 관리를 하지 않으면
습한 4월을 발굽이 건강하게 나기가 쉽지 않다.
지난 5월 말녀석들 제차부란을 겪고 나서 마장일부와 원형마장의 배수공사를 하고
모래도 다시 깔고나니 이전보다 훨씬 배수가 좋았다.
이 마방은 비가 오는 날만 사용할 것이다.
원래 넓은 하나의 공간으로 툭 터놓고 싶었지만 서열이 낮은 말이 편안히 쉴 수 있게 칸으로 나누었다.
서로 볼 수는 있지만 넘지는 못할 정도의 높이의 벽을 가운데 쌓고
화재나 어떤 사고의 만약을 대비해 마방 사이에 문을 와이어메쉬로 만들어 미닫이로 단다.
미장공을 어렵사리 구해 다음주엔 벽과 바닥에 시멘트를 해서 단단히 할 것이다.
나무는 외장나무로 했고 창문은 보이지 않게 나무로 돌려 미닫이로 하고 말의 안정을 유도했다.
바닥은 살짝 경사를 주어 물이 한쪽으로 흘러 정화조로 들어가 땅이 오물로 막히지 않고 배수가 좋도록 했다.
통풍을 위해 한쪽을 지붕 아래를 나무로 막지 않고 비워두었다.
기본적으로 가능하면 기능을 고려해서 가장 단순히 하도록 해서 만들었는데
비용절감에 도움이 되고 공정도 간단해질 수 있다.
튼튼하게 집을 짓고 일을 깔끔하게 잘 하시는 사장님이시라 공사주변이 정리가 잘 된다.
다음에 혹 집을 다시 짓는다면 이 사장님께 맡기고 싶다.
중장비 들어오는 날 사무실 앞 반쯤 죽은 나무를 아예 뽑아버리고 앉을 곳을 마련했다.
꽃밭도 잡초를 제거하고 꽃들도 옮겨 심으니 정리된 느낌이 난다.
사는 공간이란게 끝없이 가꿔야 하는 모양이다.
사무실 건물 외벽 한켠에는 아버지가 옮겨 심으신 재스민이 꽃을 피웠다.
작년과 다르게 아버지는 올해 들어 무척 노쇠해지셨는데 요즘 부쩍 힘들어 하신다.
이 마장과 꽃밭, 집은 아버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멀리서 본 마방의 모습
비용문제도 그렇고 좀 더 제주스러운 것으로 하기 위해 일부 블록을 썼다.
다음주 마방에 형광등을 달고 고무바닥을 깔고 빗장을 달면 쓸 수 있게 된다.
디자인이 미적으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안전과 편리를 고려해서 재료를 고르고 만들었다.
약간은 촌스럽지만 말을 고려한 마방을 만들고 있다.
다음주 안에 다 마치고 정리를 하면 이제는 쉬면서 말이랑 놀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