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전세제 리버리livery
승마를 시작하면 구보를 배울 때가 가장 흥분되고 재미있을 때다.
그렇다고 계속 기계를 타듯이 말등에 오를 때마다 한시간 내내 구보만 하며 뺑뺑이 돈다면
말과의 교감이나 인마일체, 또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거나 무언의 교감을 통한 행복감,
자연과 생명 앞에 겸허함을 배우게 되지 못하게 된다.
승마를 배우면서 기본을 익히고 나면 각자 취향과 필요에 따라 길이 달라진다.
어떤 이는 마장마술, 장애물, 외승, 마상무예/체조,폴로, 지구력운동, 트릭, 마필 그라운드 훈련 듣등,
하지만 자마를 갖고서야 비로서 말과 말의 관리에 대한 배움의 열망을 갖게 된다.
외국처럼 우리나라도 자마를 사지 않고 전세를 내는 리버리제도가 활성화 되어야
승마인들이 말을 아끼는 문화가 생길 것 같다.
리버리 제도란 매월 얼마간을 내고 자마처럼 자신이나 두 사람이 타는 것인데
타던 타지 않던 매달 기본료를 내면 편자, 기본 백신, 사료, 베딩, 관리를 해주는 것이다.
중간에 그만 두고 싶으면 한 달 전에 이야기를 하고 정지할 수 있고
클럽 측에서도 서로 동의한 조건에 따라 한 달 전에 이야기를 하고 말을 다시 가져갈 수 있다.
홍콩에서는 지금 매월 170만원정도 내면 자마처럼 전세를 내어 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보다는 싸게 할 수 있겠지만
비싸기는 해도 잘 관리를 해주는 곳이라면 자신이 땅을 사서 직접 관리하며 타는 것 보다 훨씬 싸다.
땅을 사든지 빌리든지 하고, 초지 조성해주고, 마방 짓고
자신이 없을 때 말을 관리해주는 관리사 월급, 말 건초, 베딩, 편자/삭제, 수의사비용만 해도
매달 170만원 이상이 든다는 건 상식이다.
승마가 귀족 스포츠라는 건 맞는 이야기다.
비싼 옷을 입고 우아하게 타서가 아니라 말을 키우든데 드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귀족스포츠라고 반감을 갖기 전에 왜 비싼 것인지 이해하면 그럴 수 밖에 없으며
말을 타는 것이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특혜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생명이기 때문에 잠시 함께 할 수 있는 특혜지 당연한 권리가 아니다.
좋은 것은 쌀 수가 없다.
좋기 위해서 드는 절대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손해를 입어야 하는데 약삭빠른 인간들은 그 손해를 말에게 떠넘긴다.
말에게 드는 비용을 들여야 말이 안정되고 건강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탈 수 있는데
비용을 줄인다고 말관리를 대강하면 열악한 환경을 만들게 된다.
말의 체중대로 무게를 달아주어야 할 건초를 "한 단" 떼어서 하루 세 번 준다면
말은 산통에 걸리기 쉽고 늘 배고프고 위궤양에 걸리기 쉽게 되며
태생적으로 뭔가 늘 소량의 건초를 먹고 있어야 하는 말들은 정신적으로 늘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말의 행동이 나쁘다거나 미친말이라고 하기 전에 말이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안정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말도 사람처럼 편안하고 힘들고 좋고 나쁜 감정을 갖는 살아있는 동물, 운동선수다.
사람의 무지로 고통 당하고 죽은 말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말을 자연상태에서 데려와 일을 시키고 생계를 이어간다면 고마와할줄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함께 즐거울 수도 있는데,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말이 일방적으로 고통을 당해야 할까?
어느 외계인이 사람을 데려다가 자기 즐겁자고 사람 어깨에 올라탄다고 치자.
삼시 세 때가 아닌 한 번만 먹어 항상 배고프고, 아픈 지게 지고 참아가며
묵묵히 땀흘리며 일해줘도 시키는대로 잘하는 것인지 알려주지도 않고
늘 차이고 맞는 위험을 감수하고 살아야 한다면 그때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사람이 말이 당하는 것 같은 고통을 당하며 승마를 해야한다면 승마는 바로 없어지게 될 것이다.
싸고 좋은 것은 없다.
싸고 좋은 것을 가지려면 손해보기 싫은 나와 같은 누군가는 대신 손해를 입어야 한다.
이제는 우리도 제값 주고 사고 제값주고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줄 알야야 하지 않을까?
마장에서 말관리를 제대로 하고 제값 받고 태워야 한다.
그것은 기승자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승마를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