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다시 카포테를 타고 나갔다.
햇살을 등에 받고 가려고 어제와는 반대방향으로 동네를 돌았다.
말에겐 같은 길이라도 역방향은 새로운 길이다.^^;;
말은 하나라도 두 마리다; 좌마(左馬), 우마(右馬)
카포테가 살짝 긴장을 하면서도 말을 잘 들어 즐겁게 다녀왔다.
금이가 앞서서 가니 더 안심하는 눈치다.
딱히 좋은 풍경이 없다.
동네를 지나다 보니 감귤에 약을 치고 있다.
카포테가 세 군데 덩어리를 떨어뜨려서 마장에 돌아온 후에 차를 가지고 돌면서 치웠더니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 허허 웃으신다.
카포테 녀석 오늘은 풀 많은 곳에 오줌도 쌌다.
눈에 익은 풍경...말과 풀.
칡을 먹으면서도 많이는 먹지 않는데 재갈이 없으니 풀 먹는데 보기에도 편하다.
당근을 잘라 가방에 가지고 나가서 잘했을 때마다 칭찬하며 소리를 낸 후에 주고 있다.
지나가는 차를 한켠에 비켜서 기다렸을 때,
긴장되는 낯선 물건을 지나갔을 때 등등.
모든 경험이 교육의 기회라 놓치지 않는다.
짖으며 쫓아오려는 강쥐 멈추게 하기, 차가 빨리 다가오면 제자리에 서기...
길에 나뒹굴어 있는 헌 장판과 모자.
낯설어 무서워할 것이지만 금이가 앞서서 가고 나도 평보 음성부조를 주니 별 반응 없이 지나간다.
이런 것을 안전하고 안심하며 겪을 때마다 말들은 자신감이 쌓이고 기승자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
오늘도 자신감 있게 잘 걷다 온 카포테에게 칭찬을 많이 해주었다.
잘코에게 얼마나 네가 잘했는지 얘기하라는둥, 자랑스럽다는둥...
이어 신발을 신겨 잘코를 손에 이끌고 나왔다.
아직 발이 완전히 낫지 않아 타지 않는다.
발바닥을 파서 염증을 치료했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다.
맛있는 칡도 먹고.
옴마가 주는 칡다발도 먹어주시공.
칡부케...말이 좋아라 하는 것.
하지만 바람에 잎이 흔들리거나 얼굴에 대고 흔들면 놀랄 수 있으니 이때에 또다시 둔감화 학습!
강아지풀도 많은데 이거 티모시에 접붙여서 말이 먹을 수 있는 풀로 만들 수는 없을까?
칡도 말려서 줄 수 있을까?
칡의 영양성분은 무엇이고 말리면 성분변화가 어떨까?
우리나라에서 흔하고 말이 좋아하는 잡초는 다량으로 생산할 수 없을까?
수입건초에 의지하지 말고 국내에서 쉽고 싸게 구할 수 있는 대체 조사료가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의 일기 여기서 끝.
그런데 이 외에 오늘 한 일은 많다: 마루바닥 갈고 문 손잡이 갈고, 네비 심고,
손세차 하고, 물건 사고, 마장에 필요한 부품 사러 농자재에 가고...
차타고 왔다갔다 제주에서는 하루가 두 배로 길다.
아참.
그리고 오늘부터 씨를 뿌린 곳에 물을 뿌리고 있다.
다년생을 뿌리려고 했는데 종자가 없대서 일년생을 뿌렸는데 그게 좀 아쉽다.
두 달 후면 푸릇하니 싹이 올라와서 보기 좋을 것이다.
그럼 벌써 11월이 되고, 한 해가 또 지나간다.
해마다 반복되는 마장의 일들, 힘들지만 재미있어서 도끼자루 썪는줄 모르고 시간이 간다.
오늘은 카포테 말등에서 마치 처음 본 것 처럼 세상이 보였다.
나무, 수풀, 돌담...그림 속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