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박 2017. 4. 20. 23:25

봄 마장.

구름 낀 날씨지만 여름처럼 덥기도 했다가 바람이 차기도 했다가...봄이다.

작년에 옮겨 심었던 꽃잔디가 퍼져서 꽃밭이 화사하다.

오늘은 꽃을 사다 꽃밭에 심고 동네사람들이 쓰레기를 종종 버리고 가는 

큰 길 마장 담 아래도 심었다.

설마 꽃 위에 쓰레기를 버리지는 않겠지.

봄이면 꽃을 많이 사다 심는데 개들이 밟아 죽기도 하고, 겨울이 지나면 사라지기도 했다.

더러는 뿌리가 완전히 내려 자리를 잡고 번식을 잘 하는 것도 있어

꽃밭에 꽃이 한가득 될 때까지 심고 또 심으려고 한다.


한낮 마장.

창고 전기선을 바꾸는 공사가 있어 이틀 바빠서 못놀아주고 운동도 못시켰다.

끊임 없이 주머니를 털어내는 이 마장...ㅎㅎ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님.ㅠㅠ

오래된 창고인데 마장을 만들고 처음 공사했을 때 제대로 하질 않아 안전상 다시 만들었다.

도시에만 살아 집 짓는 것도 모르던 내가 처음에 남이 일하는대로 맡긴 결과다.  

남의 일을 돈을 받고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 적지 않다.


그간 제주에서 살게 되면서 집도 짓고 마장도 지으면서 느끼고 배운 것이 참 많다.

갑질하는 사람들도 문제고 잘 해주면 사람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도 문제다.

예의 있게polite 대하면 무례하게 반말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친절한nice 사람이 드물다.

고마워서 돈을 더 주면 고마워서 일을 더 성실히 하는 홍콩사람과는 달리

고마워하지 않고 돈이 남아 쓸데가 없어 주체 못하는줄 생각하는 사람도 있더라. 

세상에 자기 돈 아깝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말하지 않는다고 모르는 것이 아니다, 표현하지 않을 뿐이지.


호기심 많은 새벽이, 많이 컸다.

모색을 보니 이전 춘불이 색과 참 흡사하다.

이 애기털이 벗어지고, 새로 나는 까만 털이 시간이 가면 카포테와 같은 색이 될 것 같다.


말똥이 하루에 네 상자가 나오는데 손수레로 아침에 하나, 저녁에 하나 가득이다.

 말똥을 썩혀 초지에 뿌리려고 준비중인데 일부는 이웃에게 나눠주려 한다.

옆집에서는 벌써 두 번 가져갔고 이번에는 감귤농사 하는 다른 분에게 드린다.

지난번 트랙터로 땅을 싼 값에 갈아주셔서 고마운 이웃이다.


발을 꼬고 앉아 있는 금이.

금이 새끼를 분양시켰는데 며칠전 보니 그 일곱 새끼중 하나가 동네 식당에서 산다.

떠돌아 다니다 와서 식구가 되었다고 하는데 한 눈에 금이와 물개 새끼임을 알 수가 있었다.

세상 참 넓고도 좁다.

누가 버린 걸까? 집을 나온걸까? 여튼 관리가 잘 되지 않았으니 떠돌아 다녔을 것이다.

식당에서 고맙게도 잘 거두어서 막순이라고 이름을 지어 데리고 있다.

먼저 이쁜 이름을 지어 키우던 개가 죽어 오래 살라고 막순이라고 지으셨단다.

막국수의 "막"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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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고마워 란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