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봄이면 꼭 병에 걸린다...꽃병.^^
마장 마당에 참 많이도 심었었다.
8월 뜨거운 햇살에 죽고 겨울 매서운 바람에 죽고 하여 겨우 살아남은 것들은 제법 많이 퍼졌다.
죽이지 않는 것은 강하게 한다더니 로즈마리와 창포, 이름 모를 노란 꽃들은 다 강해졌다.
개나리는 핀 것도 보지 못하고 꽃이 졌고 조팝나무는 이제 한창 피기 시작했다.
작년에 심은 꽃에 꽃망울이 터지고 옮겨 심은 꽃잔디도 곳곳에 꽃을 피웠다.
오늘도 꽃을 열개씩 사다 심어놓았고, 이제는 꽃들이 퍼지기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내년, 후년이면 꽃밭에 예쁜 꽃들이 잔뜩 필 것을 기대하면서.
도시에서 아파트 생활을 하도 오래 해서
이렇게 흙에 꽃을 심고 밤에 별을 보며 달빛에 걷기도 하고 신발에 흙 묻는 것이 좋다.
지난해엔 풀밭에서 메뚜기와 방아깨비도 보았는데 올해는 아직 못 보았다.
그 여린 푸른 색이 얼마나 반가운지 손에 조심스럽게 잡아 가까이서 보고 놓아주었었다.
마장 길옆 담 밑에 심어놓은 꽃이 잘 살았다.
여기 쓰레기를 잘 버리길래 일부러 예쁜 꽃을 심어놓았는데
시골 사람들이라도 집에 꽃을 심는 사람들이 많아 꽃에다 쓰레기를 던지지는 않는다...아직.ㅎㅎ
이제 조금씩 마장 돌담 밑 지저분한 곳까지 꽃을 심기 시작했다.
5년 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쁜 개인 마장이 될 것이다.
희망사항.^^
작년 초인가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꽃씨를 주셔서 돌담 밑에 쿡 심어 놓았던 것들도 자랐다.
이것도 잘 자라고 잘 퍼지니 빨간 꽃이 피면 또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날 것이다.
제주 집에 오면 짐을 내려놓고 귤밭과 마당을 걷는데 마당에서 아버지 생각에 혼자 많이 운다.
곳곳에 아버지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데 아버지는 더이상 계시지 않는다.
요즘은 왜 이렇게 눈물이 많아졌는지.
봄 햇살에 껌뻑껌뻑 졸며 앉아 있는 새벽이,
보들보들한 애기 머리카락처럼 가녀린 갈기가 이리저리 바람에 흔들린다.
귀엽게 접은 다리와 발.
아 졸려...
아직 젖을 먹는 4개월째 애기인데도 벌써 엄마와 떨어져 지내며 젖 먹을 때 외엔 잘 찾지 않는다.
혼자 이것저것 입술로 만져보고 깨물어보고 경험의 세계를 늘리고 있다.
장금이.
"얼짱 각도로 찍어주셈."
덥다고 물개는 모래를 파고 그 속에 들어가 쉬고 있다.
"살찐 게 아니라 근육이라구요."
점심 후 푸짐하게 앉아있는 잘코뉨.
넉넉한 내 살앙.^^
호기심 많은 새벽이가 우리 둘이 앉아있는데 왔다.
잘코뉨 꼬리를 발로 밟고 긁는다.
냄새도 맡고.
어허~! 웬 버르장머리냐!?
눈치빠른 새벽이 얼른 돌아선다.
한낮은 여름인듯 햇살이 뜨거워 벌써 지친다.
운동도 아침에나 해야지 낮에는 아무런 의욕이 안생겨 겨우 운동 조금 시켜놓고 집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