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박 2017. 8. 8. 00:35

아 무슨 말부터 하지...?

너무 고마워 가슴이 먹먹하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못된 인간들도 있지만 그보다 좋은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주인을 잘못 만나 죽음의 문턱까지 간 세 살짜리 암말이 오늘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구조됐다.

이 말 방치에 관련된 사람 이야기는 차마 구체적으로 올리지 못한다.

사진: 대부엄마님.

바쁘신데도 한 번에 무상치료를 선뜻 선물해주신 제주대 수의학과 서종필교수님,

그리고 이 폭염에 같이 와서 땡볕에서 불평 하나, 찡그림 하나 없이 하루종일 도와준 학생분들,

멀리서 돕지 못하는 내 대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사방팔방 전화하고

징그러운 진드기가 잔뜩 붙은 말에게 약을 바르고 떼어준 대부엄마님,

일부러 시간을 내 오셔서 함께 하시며 도와주신 양철휘님,

비용을 한사코 거부하시고 말차를 무료로 제공해주신 제주 오케이 목장 노철 회장님,

그리고 졸지에 많은 일을 맡아 도와주신 마장의 안선생님

마음 속 깊은 경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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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명을 살리려 여러 귀한 분들이 나섰다.


폭염에 천사들도 목이 마르고 팔이 아프고 땀이 철철 흐른다.

오늘 말구조에 나선 귀한 분들이시다.

천사들이 있다면 이런 분들이시다.

아무런 사익 없이 자신의 시간과 힘, 비용을 내어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기꺼이 해주셨다.


팔을 높이 쳐들고 또 들고 저 수액이 다 내려갈 때 까지 불평 없이 하셨단다.

뉘집 자녀들인지 사위,며느리 삼고 싶음.


생명을 살리는 일이 이렇게도 고맙고 위대하다.

하도 굶어 머리를 들 힘조차 없는 말을 진드기가 많음에도 조용히 안고 있었던 천사.



여긴 해를 피할 그늘이 없다.


간신히 서있는 이녀석을 어떻게 말차에 태워 데려가나 고민하고 상의하심.

생명 사랑하는 마음이 똑같아 하나의 마음이다.

그저 천만 대군을 얻은 듯 힘이 난다.


나의 영웅들.

사람이 아니라도 사람처럼 모든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 말 못하는 동물들에게 관심도 없고 이 아이들의 비명을 들을줄도 모른다.

그리고는 감정도 없는 고깃덩어리로만 생각하거나 사람을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한다.

원래 우리는 모두 한 지구에서 나왔고 아주 오래전엔 사람들도 

다른 동물들 생명 귀한 것을 아낄줄 알았었는데.

우리는 너무 자연에서 멀어졌다.

삶의 근본으로부터,

오늘 귀한 일을 하신 분들.



말도 얼마나 고마웠는지 대부엄마 음성만 들리면 귀가 번쩍하고 잘 따른단다.

처음부터 와서 눈물 흘리며 이녀석에게 위로해주고 달래주고 진드기 떼어주고 했던 분이니

이녀석도 그것을 잘 안다.


말차가 오고 여럿이서 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말 치료뿐만 아니라 직접 다루고 돌보아주심.

우여곡절 끝에 마장에 도착.

말이 커서 돌리지 못해 뒤로 내림.

그 와중에 다리가 살짝 긁혔다지만 굶어 죽었을 처지에 비하면

이까이것 아무것도 아니다.

큰 몸이 휘청거리는 듯.


힘겨운 한 걸음 한 걸음.

마방으로.

먼저 앞에서 씻어주심.

깨끗하고 시원한 물도 실컷 마시고 그 물로 씻음.

건초도 먹고.

요즘 표현으로 서교수님 "완전 짱!".

생명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이렇게까지는 못함.

건초는 알팔파로, 사료는 적게 자주, 물은 무한 리필.

내 말들은 저 아래 마장에서 한 달 간 지내야 된다.

선역이 있었더래서 꼬리치료를 위해 꼬리털마저도 희생.


인내와 프로페셔널리즘 대단하심.

고생들 많이 하셨다.

다음에 제주에서 맛있는 식사대접을 약속드린다.


모든 수고 끝에 구조가 일단락이 되고 말이 혼자 쉰다.

마방을 깨끗하게 치워주신 안선생님의 꼼꼼함에 감탄과 감사가 절로 나온다.


다리가 내일도 부으면 수의사님 와주시라고 해야한다.


이까이것 금방 낫자구나 얘야.

이름도 모르지만 부르는 이름을 바꾸어 줄 생각이다.

고생은 그만 이제 좋은 새 삶이 왔다고.

희망Hope? 봄Spring? 어떨까?

세상은 아직 살만하고 인류에게 희망은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