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마장에 가서 즐거운 하루를 시작한다.
말똥 치우기 부터.
하루 여섯 마리가 배출하는 말똥의 양이 작은 운반차 하나가 된다.
아침에 이것을 감귤밭에 붓고 오면 종일 반이 안되게 모았다가 새벽에 치우면 한가득이 된다.
밤새 먹으면서 계속 밀어내니 아침이면 이 차에 한가득 찬다.
아침엔 도와주시는 이웃 서씨 삼춘이 일찌감치 일을 해주시고 식사하시러 가면
내가 와서 저걸 가져다 붓고 와서 저녁까지 먹여주고 온다.
그 사이에 말 운동시키고 타고 말똥 치우고 정리하는 일을 한다.
순둥이 희망이는 삼월이에게 잘 쫓겨다닌다.
따로 떼어놓고 먹여야 잘 먹어 신경을 써주고 있다.
여전히 파리 때문에 혼자 발을 차곤 한다.
처음 왔을 때 있었던 다리 부종이 없어졌고 언제든 사료를 잘 먹어 기특하다.
거의 석달이 되어가는데 제대로 몸이 빵빵해지려면 두 달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사료 이외에 알팔파 그리고 다른 여러 건초, 당근을 떨어지지 않게 주고 있다.
앞발 상태. 서너달이면 다 자라 부서진 것이 깔끔히 정리될 것이다.
뒷발은 얇아 옆이 뒤집어졌길래 잘라내고 갈아주었다.
내년 봄에는 희망이가 완전히 정상이 되고 발굽까지도 완벽하게 자랄 것이다.
풀이 잘 자라고 있어 앞으로 말녀석들이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면 벌써 행복해진다.
먹고도 남을 것이라 이웃 애기들에게도 먹게 해줘야징.
봄에는 제엽염에 걸릴까봐 하루에 한 시간씩만 먹이기 때문에 너무 길어지지 않게 해야한다.
먼저 카포테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소파에 앉은 듯 편안하고 걸음도 시원시원히 잘 걷고 무서워 싫어도 시키면 다 해서 이쁘다.
칭찬해 주고 과자 주고 항상 함께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녀석이 멋져서 타고 가면 사람들이 멋있다고들 한다.
원래 난 회색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카포테의 굵은 목에 홀랑 반해서 모셔왔다.ㅎㅎ
순한 것도 너무 마음에 들고 협조를 잘 해주는 것도 좋다.
그리고 잘코를 타고 나왔다.
함덕 바닷가가 한 눈에 보이는 곳이다.
잘코는 밧줄 굴레를 하고 나왔다.
워낙 협조적이고 믿을만한 말이라 재갈도 없이 밧줄 헐터에 밧줄 고삐를 하고 나간다.
말은 힘으로 타는 것이 아니니까.^^
`잘코를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도록 좋은 말이다.
감귤이 익어 노랗다.
카포테와 나갈 때 앞장 섰던 물개와 금이는 힘들다고 빠졌다.
전엔 두 바퀴씩 같이 돌았는데 힘들어 꾀가 나나 보다.
마장에 돌아와 마장 안에 있는 말똥 줍고 점심 먹고 네발이를 타고 나가
동네에 두 녀석이 걸어가며 떨어뜨린 말똥을 치웠다.
일요일이라 엄마가 마장에 오셔서 말똥 치우는 것을 보시고는,
"네가 노동자가 다 되었구나..."라고 하신다.ㅎㅎ
"그래도 좋아서 하는 것이니 힘도 안들지?"
안쓰던 힘을 쓰려니 말똥 치우느라 팔꿈치가 아프다.
지금은 하루종일은 힘이 감당이 안되고 아침만 누가 해주면 나머지는 할 만 하다.
마장 안에 집이 있고 365일 제주에만 산다면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 다른 일 할 시간이 없겠지.
점심 먹고 졸고 있는 카포테와 잘코에게 조마삭 운동을 시켰다.
내가 오면 먹을 것을 좀 더 주게 되어 운동이라도 더 시켜야 살이 찌지 않는다.
다행히 지난 달 줄여 먹여 살이 빠져서 보기 좋아졌다.
마장에 있는 땡감 나무에 감이 잔뜩 열렸다.
올해는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아 감을 딸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작년엔 태풍에 하나도 남지 않고 다 떨어졌었는데.
말에겐 좋지 않지만 마장에 있는 유일한 과실수고 오래 돼서 차마 벨 수가 없다.
익은 것은 새들이 쪼아먹었다.
이렇게라도 새들에게 먹을 것을 줄 수 있어서 그것도 즐겁고 감사하다.
마장에 있는 개밥은 까치가 와서 먹고 가길래 물도 떠 놓았다.
"물도 마시고 가."
아버지가 가지를 받쳐주신 나무.
나는 집에서도 마장에서도 늘 아버지가 보고 싶다.
강풍이라더니 아침 말타고 나갔을 때 바람이 몇번 세게 불고는 잔잔하다.
비 예보가 없으니 이번주엔 매일 말을 탈 수가 있겠다.
아침에 빨아 널었던 절포와 장갑, 타올을 걷어내 접어 두고
말녀석들 저녁 건초를 재어 건초망에 넣고 매달아 주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