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박 2018. 1. 22. 07:11

새 건초망 덕에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절대 같이 먹지 않는 두 녀석이 건초망을 사이에 두고 같이 먹는 것이다.


여러종류의 건초만 먹이는 내 말들에게 요즘은 비트펄프 불린 것과 사료 조금을 주고 있다.

혹시라도 영양이 부족한 것이 있을까봐 주기 시작했다.

작은 그릇에 나누어 주면 바닥까지 싹싹 핥아 먹는다.


헤이바hay bar에서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먹는다.

가끔 카포테가 희망이를 쫓지만 그래도 눈치껏 잘 붙어서 먹는다.

잘코는 새벽이와 잘 먹는다.


희망이 체중이 이제 거의 정상이라 구충제를 주었더니 벌레가 죽어나왔다.

다른 녀석들은 원래 없었는데 희망이 때문에 옮았는지 모르겠다.ㅠㅠ

올해는 부지런히 구충제를 먹이고 말똥수거를 잘 해야겠다.

찾아보니 설사를 일으키는 작은 스토론절 Small strongyle이다.

흠...그래서 가끔 설사를 하는 녀석이 있었구나.

올해는 기생충을 완전히 잡아야겠다.

이것도 말 구조가 쉽지 않은 일면이기도 하다.


내내 먼지 들여마시면서 청소하고 정리했는데 늘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려면 일이 끝이 없다.

아직도 서랍정리랑 캐비넷 정리 그리고 사무실 청소가 남았다.

마장은 쓸고 닦고 창고청소를 해도 내 방은 가기 전에야 치우게 될 것 같다.

이번엔 디톡스 한다고 뭘 사들여 책상에 가득하다.

이거 다 마시려면 일주일 걸린다.ㅠㅠ


작년에 곰팡이가 생겼던 건초를 잘라내고 쓸어버리면서 귀찮아 마스크를 하지 않았더니 없던 기침이 생겼다.

걱정이 돼서 호흡기 내과를 찾아 검사를 했는데 딱히 문제가 없지만 찜찜하다.

얼굴에 자국이 남도록 딱 붙는 마스크를 하자니 갑갑하지만 기침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


날씨가 이틀간 좋아 시간을 내어 굳이 말을 타고 나갔다.

그동안 눈이 오고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 타지를 못했는데 학생도 오고 하여 관리사님과 셋이서 나갔다.

원래는 장금이를 데리고 나왔는데 발이 아픈지 움직이지 않으려고 해서 삼월이를 데려옸다.

삼월이 안장은 작년에 구입한 뼈대 없는 가벼운 안장이다.

웨스턴 안장블랭켓 위에 얹었다.

일을 시킬 계획이 없었는데 안장이 없으니 아쉬워서 온라인으로 산 것이다.

이거 블로그에 안 올렸네...다음에 찍어 올려야지.

삼월이가 나올 때까지 카포테와 잘코가 밖에서 기다렸다.


학교에서 승마를 가르친다면 안전한 말을 구입하고 전문적인 트레이너가 있어서 말들을 훈련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훈련이 되어지지 않은 말을 싸다고 사고

아픈 말을 누가 준다고 덥석 받아 학생들을 태우는 무책임한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

관리도 안되고 훈련도 안된 말을 태운 채 기승훈련 시킨다고 학생이 탄 채 말을 보낸다고 놀래켜

학생이 낙마하여 다치고 말이 죽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누구든지 말이 좋고 승마하고 싶다고 덥석 아무데서나 아무 말이나 탈 일이 아니다.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말 상태가 어떤지 보고 나서 기승거부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다치고 나서 마장이나 학교에 책임을 묻기는 너무 늦다.

카포테와 디디는 성격이 아주 비슷하다.

방안퉁쇠?라 밖에서는 소심하여 잘코 뒤를 따라가야 안심한다.

느긋하고 말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밖에서는 소심하다.

삼월이는 중간에 가고 큰 녀석들이 앞뒤로 갔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보이는 내 작은 sanctuary.

군데 군데 귤 담는 작은 컨테이너를 두고 귤 대신 말똥을 주워담고 있다.

그간엔 우리집 귤밭에 거두어 뿌렸는데 요즘 근방 귤밭에서 가져가고 있다.

쟈키클럽에서 말똥은 장미 키우는데 아주 좋다고 유럽친구들이 한 봉지씩 집으로 가져가곤 했다.

말똥 수거를 할 때 무거운 것을 쓰니 팔꿈치와 어깨가 아파 요즘엔 장갑을 끼고 줍는다.

말에 미치면 말똥 치우는 건 별 것 아니다.



동네를 한 바퀴 도는데 장금이가 삼월이를 찾아 꺼이꺼이 우는 소리가 서너번 났다.

당나귀 목소리 참 크다.

먹을 것을 달라거나 친구가 곁에 없을 때만 소리를 내는데 그런 일이 거의 없어 늘 조용하다.

다음엔 장금이도 밧줄에 끌고 데려나가야겠다.

새벽이가 열심히 쳐다보고 있다.

드문 일이지만 셋이서 나가니 마치 무슨 승마장에서 외승 나온 것 같았다.


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관리사님 휴일이라 새벽에 서씨 삼춘이 나오셔서 마장일을 도와주신다.

혼자 하려니 춥고 힘들고 기운도 없어 어제 일을 부탁드려 놓고 집에서 밀린 일기를 쓰고 올린다.

그냥 종일 일하고 집에 와서 어머니 저녁 반찬을 만들어 같이 먹고는 곯아떨어져 자느라

블로그 포스팅을 띄엄띄엄 하고 있다.


낮에 비가 갠다고 하는데 밝으면 얼른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