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sey Books·승마서적/굿호스맨십

펌글; '입을 닫고 몸을 열자'

케이트박 2019. 10. 17. 06:30

윤진씨 후기에 있는 것이지만, 서로 깊이 느낀 것이 많았던 것이라 옮겼다.

다시금 좋은 글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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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츨처: https://blog.naver.com/coast2015/221678513959


언어에 파묻혀 사는 우리

오전의 자유조마는 상당한 disaster였다.

그냥 마음처럼 안된다. 될 것 같고 쉬울 것 같은데 아니? 택도 없는 소리다. 라운드펜 중앙에 서있는 내 자신이 굉장히 나약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나때문에 스트레스 받았을 카포테를 해방시켜주고 점심시간에 휴식을 가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는 언어적 소통에 너무나 치우쳐 산다.

모든걸 다 언어로 한다. 좋아한다는 것도 언어로, 분노도 언어로.

난 어렸을 때 뭔가를 잘못하면 아빠가 반성의 의사표시를 말로 할래, 글로 쓸래 선택하라고 하곤 했다.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나는 항상 글을 택했다. 결국 반성도 언어로 한 셈이다.

물론 이건 당연하다. 그러라고 언어가 있겠지.

또한, 언어가 있다고 우리가 그 유명한 '바디랭귀지'를 쓰지 않는건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언어라는 오역 불가능한 수단으로 의사를 정확히 못박는걸 좋아한다.

내가 마음에 찔렸던건 이거다.

우린 말을 강하게 한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강하고 극단적인 표현들을 거침없이 상대방에게 꽂는 경우가 있다.

매너로 잘 포장된 언어적 협박은 내 주특기다.

글로 잘도 쓴다.

'카포테씨, 당신의 위와 같은 행위는 심히 타당성을 결여하였으며 그 합리적 근거가 없을 뿐더러 상당 기간 동안 반복되고 있는 바 전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 본인은 그에 대한 강제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음을 고지합니다.'

????????????????????

과연 내 입, 혹은 내 글을 빼도 알맹이가 그만큼 강하게 남아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는다.

입만 살았지 그게 정말 내 근본에서부터 뒷받침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카포테에게 가라고 한다. 가!

사람들 같아선 그 말을 들으면 일단 가겠지만 카포테는 다르다.

가, 라는 그 지시를 내 스스로의 확신과 에너지와 카리스마가 받쳐주지 않으면 카포테는 절대 가지 않는다. 안가도 그만인걸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i mean it. YOU. BETTER. LISTEN."

이라고 지시어 하나 하나에 정말로 힘을 실어야 한다.

authenticity

선생님께서 authenticity를 말씀하셨다.

굉장히 놀랍고 반가웠던게, 저 단어는 내가 매우 좋아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진정성' 정도로 번역되려나.

주로 '이건 authentic 하지가 않아'라고 하면 나로선 최고의 욕이 될거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겉과 속, 앞과 뒤가 다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게 잘 먹힌다. 나도 그렇게 곧잘(?) 산다.

그러나 말에게는 안통한다.

내 행동과 내 본심이 일치해야 하고 그 방식으로만 소통할 수 있다.

가!!!(가기 싫어? 그럼 뭐..가지 않아도..)

멈춰!!!(근데 솔직히 가도 되긴 돼)

우리 헤어져!!!(날 안붙잡기만 해봐)

이게 아닌거다.

모자까지 동원한걸 보면 카포테를 보내려고 난리부르스를 추고 있는 와중이었나보다.

한없이 파닥이는 내 팔다리..

나같아도 안가겠음..

카포테는 그저 외면모드.

'쫌 귀찮은데 꼭 가야되나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