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황량한 마장.
꽃도 없고 풀과 나무도 누렇게 시들어 죽은 것만 같다.
식물들의 죽은듯 살아있는 조용한 겨울 살기.
금이 발에 밟히고 줄에 꺾어졌어도 오래 자리를 틀어잡은 로즈마리는 꿋꿋하게 푸르다.
오랫동안(?) 오지 못하여 여분의 손이 일을 못한 마장이 잡초들로 어수선하다.
겨우 말 다섯 당나귀 하나, 작은 마장이라도 말 건사가 우선이니
일하는 손 하나로는 원하는만큰 꽃밭까지 깔끔떨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말이 좋아서 다 내려놓고 제주로 오신 관리사님, 매사 적극적으로 그리고 즐겁게 일을 하신다.
마장일은 팔방미인이 되는 길...혼자서 하려면 수퍼맨이나 수퍼우먼이 돼야 한다.
새벽이는 이상하게 귀여운 아이다.
굳이 들어오지 말래도 워커에 들어가서 끝까지 같이 뛰고 - 중간에 내보내도 안나간다-
굳이 들어오지 말래도 이렇게 엄마 운동하는데까지 들어와 같이 뛴다.
말다루기는 마일리지가 쌓여야 되는 일, 왕도는 없다.
말처럼 생각하고 느끼기, 손가락 하나 목소리 하나까지 다 말에게 느껴지는대로 느끼기,
말들의 엄마이자 (남자들도 엄마의 마음을 품고) 대장노릇(여자들도 군대교관처럼)까지 다 하려면
말과 함께 하는 땅 마일리지를 매일 오랫동안 쌓아야 한다.
말을 키우려고 하거나 말에 대해 관리하는 것부터 다루기 심리알기, 말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내 마장보다 배우기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근거 있는 자화자찬^^;;)
이 동네는 비닐하우스가 많이 생겨 그 좋던 돌담 너머 감귤밭 풍경이 망가졌다.ㅠㅠ
어제와 오늘은 구름이 많이 끼어 낮에도 음산하고 강풍이 심했지만 기온이 낮지는 않아 춥지 않았다.
엊저녁엔 비가 와도 마방에 넣지 않았던 것이 걱정이 돼서 밤에 나와 봤는데
다행히 바람이 심해도 춥지 않아 밖에 그냥 두었다.
비가 이틀 이상 오면 밤에는 마방에 두는 것이 발굽 건강에 좋다.
밤에 비 또는 눈 예보가 있고 강풍이 예고가 돼 마방에 넣었다.
장금이와 희망이는 잘 지낸다.
워낙 당나귀가 눈치가 빨라 덩치 큰 암말과 있어도 잘 먹고 잘 잔다.
희망이가 어린 새벽이에게는 쥐잡듯이 해도 장금이는 나이가 있어 존중해 주는지도 모른다.
장금이와 희망이가 번갈아 자고 일어나 먹는다.
마장에서 제일 크고 제일 작은 녀석 둘이 한 방에서 같이 지낸다.
삼월이는 성격좋은 꽃미남 카포테와 있는 게 너무 만족스러워 보인다.
전에 편하게 자라고 큰 녀석들만 방에 넣고 당나귀와 새끼, 삼월이를 따로 아래에 떼어놓았더니
카포테가 나머지 식구들 어니 있냐고 찾고 난리를 쳐서 이제는 같이 두기로 했다.
다만 아침에 마방청소가 장난이 아니다.ㅋ
젖은 모래가 아닌 마른 마방 바닥에 누워 편히 잘 수 있으니 보는 나도 행복하다.
이녀석들은 시키지 않아도 누가 망을 보고 번갈아 잠을 잔다.
한편, 저쪽 새벽이와 잘코는 둘 다 누워 자고 있다.
짝이 이상하게 잘 맞는 녀석들, 아주 완벽한 여섯식구가 되었다.
말 식구들이 마장에서 비바람을 피해 편안하게 쉬는 동안
바깥에서는 후두둑 후두둑 눈비가 섞어 지붕을 때리며 내리는 소리가 난다.
오늘밤은 나도 편안하게 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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