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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탐 저수지 트레일

케이트박 2021. 7. 9. 13:48

아침에 다시 트레일을 걷는다.

비가 오락가락 하느라 그렇게 무덥고 습한 홍콩 날씨가 걷기에 좋아졌다.

매년 더위가 심해져서 이제는 홍콩에서 말을 타지 않는다.

말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봄-여어어어어어어어어어름-가을-겨울 인 홍콩에서는 봄만 지나면 아홉시부터 숨이 턱턱 막힌다.

아침부터 마장엔 34도가 넘어 마방에 에어콘이 돌아간다.

홍콩 살면서 땀구멍이 다 열려 버린 듯 하다.

늘 다니는 길을 비껴 작은 가본 적이 없는 길로 걸었다.

양쪽으로 나무들이 많아 그늘이 시원하고 사람들이 드물어 조용히 걷기 좋았다.

중간에 돌려오는 길인줄 알고 걸었는데 계속 이어져 어디까지 가는지 보자 하고 걸었다.

왼쪽으로 숨통이 트이며 저수지가 보인다.

소나기가 왔을 때 여기도 물이 철철 흘렀을 것이다. 

가다보면 군데군데 물이 흐르는 곳이 나온다.

이곳은 산책로 옆 물이 흐르는 곳인데 한적하여 들어와 물가에 앉았다.

도시의 소음이 없고 지나는 사람이 없어 조용하다.

강쥐와 같이 오면 물에 들어가 좋아할 것 같다.

자세히 보니 물에 새우가 있다.

한때 어항에 예쁜 새우들을 애지중지 키웠는데 제주 갔다오니 다 죽어버려서 포기했다.

자고로 아끼는 것은 내가 직접 돌봐야 하는 것이다. 

그늘진 물가에서 한참을 앉아 쉬었다.

존재하는 것 외에 또 무엇이 있으랴.

고양이 셋, 멍뭉이 둘을 이십여년 키웠었는데 작년에 다 보냈다.

반려동물 보내고 아픔이 힘들어 다시 키우지 못하겠다는 분들을 많이 만났지만

나는 반려동물로부터 받는 사랑과 기쁨이 더 커서 그런지 이별 후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같이 있을 때 서로 사랑하고 좋은 시간을 함께 하고 본래의 온 곳으로 간 것이니

서로 그만큼 삶이 더 풍성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은 나 외에 다른 존재들을 돌보는 것에 지쳐서 잠시 나만을 위해 쉬고 있다.

나중에 언젠가 조용한 시골에 살게 되면 그때 강쥐들과 함께 지내고 싶다.

"이런 흙길도 있네" 하며 걸었다.

홍콩 도심에서 20분이면 이런 곳이 있는데 삼십여년을 살았어도 여기에 온 적이 없다.

사는 동네 뒷산이었는데도 뭘하고 살았는지 이곳이 처음이다.

 

멀리서 해양공원이 보인다.

아이들 어릴 때 자주 왔던 곳인데 가본지가 얼마나 됐는지 생각도 안날 정도로 오래 됐다.

저곳에 가면 제일 좋은 것은 아쿠아리움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때는 바글바글 관광객이 많던 곳인데 요즘은 아마 사람들이 거의 없을 듯 하다.

주중에 함 가볼만 하겠다.

걷다 만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내가 출발한 곳 근처에서 이 트레일이 끝난단다.

두 시간을 더 걸으래서 걷다보니 리펄스베이Repulse Bay가 보인다.

아이들 다녔던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는 곳이다.

처음 홍콩 와서 구경 왔던 곳인데 그때 이후 많이 달라졌다.

가끔 새벽에 가서 바닷가에 앉아 있다 오기도 한다.

드디어 두 시간 반 만에 트레일을 빠져 나왔다.

여기는 보트를 탈 수 있는 곳인데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이 없어 주말에만 연단다.

조용할 때 혼자라도 타고 싶었는데 아쉽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