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RN·배우기/basic training·기본훈련

장하다 장군이

케이트박 2008. 11. 22. 01:32

장군이와 외승을 늘 나가는 시골 동네길에는 개들을 많이 키운다.

집 울타리를 닭장철망 같은 것으로 담을 삼고 

그 아랫부분엔 나무판자나 양철판을 대놓는데

집을 지키는 개들이 집 마당에 있다가 장군이가 지나가면 

심심하던 터에 잘됐다는듯이 일삼아 짖는다.

 

장군이는 나와 지내면서 그간 물웅덩이나 개들을 무서워하는 것을 극복해내서

 별문제 없이 다니는데 아직 두가지를 무서워한다.

하나는 닭이 꼬꼬댁 하는 소리다.

마장 옆 버섯 공장에서 닭을 한켠에 키우는지 간혹 닭소리가 나는데 놀란 적이 있고

동네 한 집에서 닭소리가 나니 흠칫 놀라 반응하는걸 보고 아직 닭에 민감한걸 알고 있다.

물웅덩이는 무척 싫어했는데 작년인가 친구들이랑 같이 외승 나갔다가 

천둥 번개하는 폭우에 걸으면서

그때 하는 수없이 극복하는 것을 배웠다.

 

그런데 녀석은 개들이 나무판자를 박박 긁는다거나 특히 양철을 긁는 소리엔 기겁을 해서

전에 날 태우고 두어번 튀어나갔다.

그럴때마다 다시 돌려서 그곳에 가까이 가서 잠시 서 있게 하면서 안심시키고 돌아오곤 했는데

며칠전엔 어찌 동네를 돌아오다보니 새로 양철을 대어 개가 짖는 곳까지 오게 되었다.

그날따라 장군이가 기운이 넘치는데다 그 소리를 몹시 무서워하는걸 아는지라

녀석이 얼만큼 튈까 생각하며

다시 돌아갈까하다 돌아가긴 너무 멀고 귀챦아서 그냥 지나가기로 했다.

 

먼저 그곳에 가까이 가기 전에 가다 서다 하면서 설때마다 칭찬해주고 과자를 주었다.

일단 얼마간 걸어가고 서고를 반복하면서 주의를 집중시키고, 

가고 서면서 전진한다는걸 인식시켰다.

그리고 그 개가 있는 곳에 와서는 잠시 서있다가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 개가 짖으면서 양철을 긁기 시작하자

장군이가 어쩔줄몰라하며 뛰고 싶어서 제자리에서 고개까지 흔들며 들썩이기 시작했는데

난 가만히 앉아서, 그러나 그 시끄러운 개 짖는 소리와 긁는 소리만큼 큰소리로

'Just walk on!/ 걸어가!" 라고 반복해 말하면서 걷게만 했다.

몇발자국 걷고 서게하고, 잠시 개도 멈칫하면 다시 걷고 서게하면서

무서워도 뛰지 않고 걷도록만 하면서 십여미터 거리를 걸어왔다.

 

무서워서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내말을 - 억지로 - 잘 듣고

겨우 가진 용기를 다 내어 걸어나온 장군이에게

용감하다느니, 세상에서 제일 좋은 말이라느니, 착하다느니, 잘해냈다느니

갖가지 아부와 칭찬을 요란스럽게 바가지로 쏟아부어주면서 목덜미를 두드려주며

장군이가 너무 좋아하는 말과자를 꺼내어 주었더니

녀석이 부들부들 떨면서도 입을 벌려 부들부들 떠는 입으로 과자를 받아먹는 것이다.

간신히 무서운걸 참아내고 얼떨결에 걸어왔지만 먹을 것이 보일만큼은 겁을 극복한거다.

얼마나 우습고 귀엽고 대견했는지...

사실 녀석이 튈거란 생각은 머리 뒷쪽 한켠에 두고는 있었다.

튀어야 몇미터 뛸건 아니지만 

전부터 녀석을 그 소리에 둔감화 시키고 싶어서 벼르고 있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한번도 튀지도 않고 걸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었다.

기대 이상으로 잘 해낸 장군이가 얼마나 대견하고 고마운지 가슴이 다 뿌듯했다.

몇걸음 안걸어 벌써 긴장을 풀고 걷는다.

 

전날 손에 데리고 걸리면서 녀석 버릇이 없어진것 같아 걷다 서다하면서

내가 서면 바로 서고 내 뒤에 조신하게 따라오게 다시 연습을 시켰었는데

 그래서 더 효과가 있었던것 같다.

물론 과자의 힘도 크다.

장군이는 자기가 잘 하고 나면 서서 과자를 기다리기도 한다. --;;

매번 주는건 아니지만 칭찬과 보상의 효과는 대단히 크다. 

 

난 겁이 많은데도 겁없이 타고 다닌다.

뭐 처음 몇번은 원하지도 않는데 장군이가 전속력으로 달려 눈썹이 휘날리게 뛰어도 봤었고

십년간 갖은 방법으로 스무번의 낙법을 익힌 결과(!) 이젠 그다지 겁이 나지도 않는다.

사실 한두번 멍이 조금 들었을뿐 한번도 심하게 다친적이 없는 행운이 늘 있어서이기도 하다.

지금은 다칠까봐 떨어지기는 싫지만 녀석이 돌발행동을 하면 그 몇초동안은 이 상황이 얼마나 갈까,

또 얼마나 균형을 잘 유지해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을 하다보면 곧 멈추곤 하고

장군이 녀석도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금방 마음을 고쳐먹는다.

 

개들이 사납게 짖어도 난 워워가 귀엽다고 하면서 장군이에게 말을 해주고

먼지날리게 쫓아다니면서 짖으면 긴 채찍으로 강쥐를 가리키며 "거기 섯! " "쫓아오지마!" 그러거나

"쉿~! 조용히 해" 라고 얘기하면서 장군이에게 내가 녀석의 염려를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알려준다.

그래서 녀석은 안심을 하고, 내가 늘 맘놓고 다니니까 녀석도 별로 신경안쓰고 다니는 것 같다.

장군이가 기승자의 기분에 몹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난 더욱 느긋하게 다닌다.

 

어쨋건 5년간 수많은 시간을 같이 보낸 사이라 계산된 위험을 잘 알고 탄다.

나도 녀석의 행동을 예측할수 있고 녀석도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는것 같다.

그래서 모르는 말은 타기가 영 내키지가 않는 것이다.

가끔 장군이와의 이런 작은 일들이 나를 기쁘게 한다.

장군이가 그렇게 부들부들 떨며 과자를 먹던 모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장군아 살앙한다~~

 

 

 

 

 

 

'LEARN·배우기 > basic training·기본훈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해  (0) 2009.07.06
안전거리  (0) 2009.07.06
아침에 멍군이가  (0) 2007.11.08
멍군이 다리건너기  (0) 2007.01.17
흐르는 물 건너기-장군이 일기  (0) 200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