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RN·배우기/basic training·기본훈련

멍군이 다리건너기

케이트박 2007. 1. 17. 14:01

멍군이를 데리고 외승엘 나갔을때 일이다.

하천을 가로지르는 약 이 십 미터정도 되는 다리를 처음으로 건너가려 했을때

앞서가는 장군이를 따라가지 않고 서서 거부를 했다.

대개는 줄줄 잘 따라가는데 퇴역하고 외승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자신감이 그만큼 없는 것 같았다.

몇번 가자고 해도 안가고 뒷걸음치고 똥만 한무더기 싸길래 그냥 장군이를 돌려 돌아왔다.

 

그 며칠 후 시간이 되어서 멍군이를 데리고 다시 그곳에 왔는데

역시 뒷걸음질 치면서 고개를 번쩍들며 가려고 하지 않는다.

하천 양쪽으로 풀들이 나있고 길이 시원히 뚫려있어 녀석을 안정시키고

주변에 적응하고 자신감을 갖도록 다리 근처 양쪽을 하천을 따라 데리고 걸으면서

풀도 뜯기고 시간이 하루 종일 있는 사람처럼 조급하지 않고 느긋하게 행동했다.

한 시간을 그렇게 보냈다.

 

 

 

다시 다리 앞으로 왔는데 아직 건너기를 거부를 해서

이번에는 뒤로 돌려 거꾸로 다리를 건너도록 후진시켜 보았는데

몇 걸음 안가서 아직 두려워하길래 다시 데려나왔다.

녀석은 다리 입구에 서 있고 난 리드 밧줄을 손에 들고 풀어 다리위에 서 있으면서

당겼는데도 요지부동이다.

슬금슬금 엉뚱한 짜증이 나려고 해서 이번엔 다가가서 녀석을 야단쳐보기로 했다.

리드밧줄 손에 든 것을 목에다 철썩했는데도 꿈적 않는다.

흐음...야단쳐서 될 일이 아니었다.

 

다시 다리 주변의 풀 뜯게 하면서 긴장을 풀고 조금 걸린 후에 다리 근처에 서 있기로 했다.

그리고 멍군이와 나는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다리 건너는게 별것이 아니다, 누구나 다 무서워하지 않고 건넌다는걸 보여 주는거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어린 아이들이 다리위로 지나간다.

저건거를 타고도 지나가고 끌고도 지나가고...동네 강쥐도 지나가고...

"왜 안건너요?  말이 무서워하나요?"

"네. 처음이라서요." (^^);;;

 

어떤 아저씨가 졸졸 따라오는 개 세마리와 함께 다리를 건넌다.

강쥐 녀석들이 말을 보고 신나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럴땐 말이 놀라지 않게 말을 반응을 빨리 살펴서 주변 안전 공간과 거리를 확보하면 좋다.

멍군이는 그간 개들을 무서워하지 않도록 해놔서 별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역시 두려워하지 않고 서 있었다.

아저씨가 말이 놀랄까봐 소리쳐서 강쥐들을 부른다.

강쥐들은 그래도 와서 주변에서 맴돌면서 눈치를 살피지만 우리는 그냥 서 있었다.

 

다 가고 난 후에 다시 다리로 한걸음 가까이 데려왔더니 따라 온다.

그리고 다리 위에 한걸음 따라 들어오길래

칭찬하면서 다시 한걸음 갔는데 이제는 고개를 들고 뒷걸음질 한다.

그래서 뒷걸음질 하게 줄을 풀어 가게 두고 몇분간 서 있었다.

다시 목덜미를 쓰다듬어주면서 "나 시간 많어.  기다려줄께." 그러면서 조금 서있다가

다시 다리로 데리고 왔다.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따라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고개를 숙이고 다리 밑을 쳐다보면서 언제 가기를 거부했냐는듯 따라 오더니 다 건넜다.

네녀석이 자랑스럽다는둥, 정말 용감하고 똑똑한 녀석이라는둥...

마구 칭찬을 쏟아 부어주었다.

 

그리고 다시 다리 건너편에 와서 근처의 풀을 뜯게하는 보상을 해주고

동시에 긴장을 풀고 다리 건너서도 즐거움이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다시 되돌아 가기로 돌리면서 녀석이 어떤 반응을 할까 또 버틸지 아니면 그냥 갈지 궁금했다.

버틴다면 시간은 많으니 또 같은 방법으로 기다린다고 속으로 작정하고 다리에 다가왔는데

녀석 아무 일 없다는듯이 쫓아 온다.

마치 매일 건너는 녀석처럼 느긋하게 잘 건넜다.

한 번 건너고 나니 별로 두려울게 없다는걸 안 것이다.

야호!

|(^o^)|

  

다음엔 타고 건널 수 있었다.

다리에 와서 주저하고 서길래 그러라고 앉아서 조금 있다가

 뒷꿈치로 눌러 지긋이 재촉했더니 건너는 것이다.

칭찬 또 해주었다.

지금은 다리 문제없이 건넌다.

약 한시간 반, 아니 넉넉히 두 시간 잡아 해결된 것이다.

서두를수록 안된다.

말을 다룰때 시간이 마냥있는 사람처럼 행동해야 빠르게 된다는

 마크 래쉬드나 크리스 얼윈의 말이 생각난다.

만약 안간다고 때리고 차고 야단치고 억지로 끌었다면 건너지도 못했을뿐더러

매번 다리에 올때마다 더욱 강하게 거부했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나는 멍군이에게 "나쁜소식"이 되는 것이다.

자기에게 나쁜일만 가져다 주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제가 하는 뭐든 의심하고 무서운걸 억지로 시키려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됐을 것이다.

말을 다룰때 인내로 말의 입장에서 이해하면서 문제해결을 접근하면

 더 쉽게 빨리 해결되는 것 같다.

기싸움 한다는 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나 날 무시하느냐는 감정적 문제로 삼을 것이 아니다.

말을 다루면서 배우는 것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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