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바람이 부는 저녁
말들에게 찾아간다.
설레는 가슴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조용히 풀을 뜯는 소리만 난다.
시도 때도 없이 툭하면 나타나는 나에게 놀라지도 않는다.
디디는 보물이와 잘코에게서 조금 떨어져 지낸다.
수말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밤이 되니 조용하고 시원해서 말들이 편안하게 풀을 뜯기에 아주 좋다.
가만히 다가가 이녀석 저녀석 돌아가며 쓰다듬어 준다.
같이 있는 것으로도 족하다.
이젠 보물이가 살갑게 대한다.
어리숙하더니 새끼를 낳고는 많이 점쟎아졌다.
젖을 늦게까지 먹던 새끼가 없으니 살이 붙기 시작한다.
제주산마는 성격이 참 강인하다.
발밑에 뾰족하게 잘린 마른 잡초들이 느껴진다.
조용한 말들 옆에서 편안한 존재감을 느낀다.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인간의 언어가 얼마나 제한적이냐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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