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제주에서는 씩씩한 천사 대부엄마님이 희망이에게 다녀가셨다.
마방에 서있는 희망이.
처음 발견 후 내내 마음쓰고 안타까와하고 팔 걷어부치고 나서서 구조하셨던 분이다.
희망이가 죽음의 문턱에서 제일 처음 만난 좋은 사람.
도와달라고 진드기가 잔뜩 기어오르는 머리를 힘없이 기대어도 더럽고 위험하다 피하지 않고
대부엄마님은 이녀석을 끌어안아주며 우셨다.
이후 다른 천사분들과 함께 그야말로 기적같이 구조를 받아 여기까지 왔는데
희망이는 그것을 기억한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들 그리고 종종 와서 아껴주며 보살펴주는 대부엄마님 때문에
인간이 다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리라.
힘이 없어 고개 들기조차 너무 힘들었던 희망이가 눈빛이 살아났다.
이것저것 호기심도 보이고.
뽀득뽀득 소리가 나게 샴푸를 가져와 씻겨주셨다.
꼬래 아래 고름이 나오던 구멍에서는 더이상 고름이 나오지는 않는단다.
관리사님이 매일 소독하고 약 바르고 한다.
가져오신 가위로 이쁘게 갈기도 정리.
"아이 희망이 이쁘네~~" 대부엄마님 목소리가 들리는 듯.ㅎㅎ
나도 동물을 좋아하고 말을 좋아하지만 대부엄마님에 비할 수가 없다.
몸 아끼지 않고 엄마의 마음으로 진드기 뜯고 냄새나며 더러운 것도 박박 씻겨주고
이런 천사같은 분은 많지 않다.
(초롱이 엄마도 초롱이에게 쏟은 정성이 보통이 아니었다.)
말 엄마들 모임이라도 만들까?ㅎㅎ
사랑은 주는 것만큼 그리고 그 이상 더 행복하게 해준다.
다 씻고 말리는 모습.
얼마나 잘 닦였는지 보송보송.
요즘 마당에서 하루에 몇시간씩 풀 뜯으며 돌아다닌다.
마장에 이미 익숙해졌다.
씻고 나니 새말이 되었네..
눈빛이 살고 생기가 난다.
아직 다리가 아픈지 걷는 것은 더 나아져야 할 상황.
내 마장에 와서도 세 번 더 수액치료를 받았다.
워낙 탈수도 심하고 상태가 나빠 수의사님께 더 놓아달라고 부탁드렸다.
울 다섯마리들이 요즘 뜯지를 않고 그간 비가 왔더래서 풀이 다시 잘 자란 곳도 있다.
한여름이라 더워 운동부족에다 돌아다닐 공간이 적어져서 많이 불편하다.
대신 희망이가 나아지는 일이라 그건 어쩔 수 없다.
빨리 공사가 끝나야 녀석들이 돌아다닐 곳이 생기는데 아직 더 있어야 한다.
한 3주 쯤 더 있다가 볼 수 있는 곳에 두어 서로 낯을 익히게 할 생각이다.
씻기고 후에 집으로 가려 발길을 돌리는데도 끝까지 대부엄마를 쳐다보고 있더란다.
말은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다는데 이렇게 만나게 된 희망이는 또 어떤 것을 내게 알려줄꼬...?
정작 내가 없을 때 일이 진행이 돼서 직접 손으로 무엇을 할 수는 없었지만
모두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여건에서 할 수 있는 것으로 마음을 합해 도우면 된다.
이제부터는 인생의 짐을 줄여야 하는데 더 많이 지고 있으니 어쩌나 하면서도
사진을 보니 그저 감사하다.
이번에 가면 꼬리털을 만들어 붙여줄 생각이다.
희망이가 어서 낫고 새로운 친구들과 잘 지내기를.
대부엄마님, 오늘도 혼자 가셔서 애쓰셨네요.
사진과 소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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