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se & People·말과 사람/RDA·재활승마

[스크랩] 아산의 향기 ( 가을호 )

케이트박 2009. 12. 21. 09:47

사랑을 실천하는 직업 “나, 장군 할래~! ” 이인영

나, 장군 할래~!

인천시 계양2동 노틀담복지관 작은 숲 속에 재활승마장과 마구간이 있다. 승마장은 900㎡, 마구간은 45㎡로 아담하지만 나무와 꽃들을 배경삼아 더 푸르고 평화로워 보인다. 장애아동들이 말과 함께 즐겁게 재활치료를 받는 소중한 장소. 엄마들이 말 탄 아이를 바라보며 가슴 속 염원을 자연을 향해 풀어보는 곳이기도 하다. 재활승마를 지도하는 강안나 수녀가 수녀 복을 입고 승마장을 누비고 있다. 수없는 땀방울이 모래땅으로 떨어지고 볼은 이미 빨개져 있다.

“쭉쭉 고개 들고, 출발할 땐 옆을 이렇게 차고! ” 서너 명이 한 아이에게 따라붙는다. 사이드워커 봉사자 둘은 갑작스런 뜀 방지를 위해 양 옆에 서고, 마필관리자는 리드를, 강 수녀는 아이를 출발시키고 뒤에서 자세를 점검한다. “엉덩이를 왼쪽으로 조금 더, 조금 더! ”,  “이번엔 엉덩이 들어볼까?  하나 둘 옳지. 한 번 더! 턱은 ‘암’ 하고…, 와~~ 장군 같다.” 큰 소리를 내는 강 수녀의 말에, “나, 장군 할래~! ”하며 아이는 이미 으쓱해져 있다.

재활승마는 전신운동인 승마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 회복을 돕는 치료방법이며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말과 즐겁게 교감하며 움직임을 통해 정서적인 안정감을 얻고 바른 자세와 균형감각, 근력, 집중력, 사회성 등을 키울 수 있다. 재활승마는 자폐아, 지적·발달장애아동과 뇌병변 성인에게도 효과가 매우 좋다. 한국의 재활승마는 아직 초보단계다. 치료승마 전공이 따로 있는 독일에서는 재활승마치료사라는 용어를 쓴다. 한국에서는 재활승마치료사 수는 미미하며, 재활승마지도사도 턱없이 부족하다. 근래에 미래가 기대되는 승마를 위해, 전북, 경북 소재 한 두 대학에서 마사과와 재활승마과를 신설했거나 신설하고 있다. 그 외 건국대, 제주대 등의 평생교육원과 한국마사회에서 재활승마지도사를 육성하고 있다.

노틀담복지관 재활승마 프로그램은 신인미 관장이 미국에 갔다가 한 수녀로부터 재활승마 현장을 소개받은 후, 인천시 지원을 받아 2008년부터 본격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1회 30분에 5만~6만 원을 받는데 이곳에서는 1회, 1만~ 1만 2,000원을 받아 저렴하고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다.

“억양이 변하고 감정 표현도 해요”
오후 1시 30분부터 4시까지 물리치료사인 강안나 수녀가 그룹과 개별 수업을 진행한다. 물리치료 때 보다 아이들이 재미를 느껴 치료효과가 크고 동물, 친구 등과 사귈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상반기에 16명이었는데 하반기에는 신청자가 60명이나 되어 30분 수업을 20분으로 줄이고 40명을 받았다.

강안나 수녀는 부산가톨릭대학 물리치료학과를 졸업하고 물리치료사가 된 재원이다. 재활승마치료사 자격증은 없지만 부산성모병원에서 근무하다 재활승마 사업을 위해 올라왔다. 아버지가 ‘노틀담장애인교육원’에 운전봉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으며, 21세에 노틀담수녀회가 좋아 입회했다.

처음엔 그도 말이 무서웠다고 한다. 그러나 함께 치료의 길로 가려면 말과 친해져야 하고, 말의 세계를 이해해야 했다. 열심히 책과 씨름하며 말을 공부하고, 말을 타고 체험하며 특성을 익혔다. 물리치료사이면서 재활승마를 하기에 아이들에겐 더욱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말은 따뜻하고 정감 있는 동물로 노틀담복지관에는 말 두 마리와 당나귀 한 마리가 있다. 깜둥이(10), 삼월이(11), 당순이(9)로 모두 순하다.

“손 비행기 할까? ” 하는 강 수녀 말에 따라 대규는 두 팔 벌리고 젊은 시절 경주마였던 삼월이를 타 엄마를 신나게 했다. 누워서 타는 자세도 시도했다. 측만증이 심한 성준이도 언제 말을 안 타려고 했나 싶게 적응을 잘하고 있다.

아이들은 불안정하면 손이 올라가고 까치발로 걷는데, 한 엄마는 ‘재활승마 후 자세가 좋아진 것은 물론, 억양이 달라지고 감정이 실리는 표현까지 생겼다’며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 몸을 오그리며 절대 안 타려하는 아이도 억지로 태워 세 바퀴를 타고 나면 허리를 펴려 하고, 예쁜 자세가 나온다.

짐 나르던 당나귀 당순이는 등이 넓어 중증장애 아동이 선생님과 함께 탈 때 좋다. 여성적인 동물인 당나귀는 약자를 보호하며, 공동체성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엄마, 할머니와 함께 슬슬 돌아가기 시작했다. 말 타기를 거부하는 성우(11)만 남았다. 그래도 마구간에 있던 당순이에게 마필관리 선생님(권용식·28)과  다녀오더니 용기를 내 깜둥이 앞에 섰다. 포니 종류인 깜둥이는 체구가 작다.

“깜둥이 타러 왔죠? 깜둥이에게 소리 지르고 울었으니 사과해야죠? 여기 한번 토닥토닥해주고…” 권 선생님이 말한다. “미안해. 깜둥아~! ” 성우가 손을 댈까 말까 망설이며 아직도 섣불리 대지는 못하고 말을 건넨다.

“아까 약속했죠? 미안하니까 한 번 앉았다 가는 거예요? ”
“네~! ” 대답은 해도 탈건지 말건지 씨름은 계속 되고 있다. 조용한 여름 오후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그때 느닷없이 휴대폰이 세상을 깨운다. 성우엄마가 허둥대며 말한다. “응, 탔어~! 끊어 봐봐, 사진 찍고 있어! 와유~~ 잘 한다.” 하필 그 순간에 아빠가 전화를 한 것이다. 드디어 성우가 선생님과 함께 말에 올랐다가,  선생님은 빠지고 혼자 타고 있는 것이다. 엄마는 그 순간 가장 행복한 엄마가 된다.
“깜둥이도 벅차겠는 걸, 성공했어.” 권 선생님이 거들고, 강 수녀는 아이의 자세를 살피며 웃고 있다. “성우, 멋있어~! 잘했어! ”

“‘한 달 안에는 타지 않을까’ 생각했죠. 소리에 민감해 오토바이 소리에도 자지러지거든요. 열심히 1시간이나 붙들고 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날 성우 엄마는 오늘 하루 만에 말에 탄 아들이 마냥 대견해 벙실거린다. 모자를 축하하는 듯 하늘에는 흰 구름이 유유히 떠있고 시원한 바람도 한차례 불어준다. 땀범벅이 된 강 수녀도 기분이 좋다.

출처 : 무지개
글쓴이 : 무지개 빛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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