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땀을 바가지로 쏟았다.
원래 땀을 안흘리는 체질이었는데 홍콩에서 살면서 땀구멍이 아주 열려버린 모양이다.
제주도 이렇게 더울줄 몰랐는데 이리저리 움직이니 이내 땀으로 옷이 펑 젖어버린다.
아침 일찍 말이 먹지않는 길다란 풀들을 낫으로 베기도 하고 똥도 치웠다.
그것도 해가 뜨거워져 더 하지 못하고
창고에서 지난주 비가 오는 통에 눅눅해져 곰팡이가 슬기시작하는 굴레들이랑
여러가지 가죽제품을 다 꺼내어 햇볕에 말렸다.
말 목욕수건이랑 말옷들, 붕대, 안장깔개, 부츠, 장갑...많기도 하다.
하루종일 맴돌아도 할 일 천지다.
아침 저녁으로 맛있는 생초를 먹는 두 녀석들 참 팔자도 편하다.
두녀석 다 아직 많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여 내가 오면 피하여 쫓아다니기 귀챦아
오늘은 조인업을 했다.
라운드펜이 작아 난 힘이 덜들어 편하지만 말에게는 많이 작다.
아직 조인업을 몇번 더 해야할 것이다.
이건 전에 미국에서 사 온 소 종(cowbell).
걸어놓고 밥을 줄때마다 달랑달랑 소리를 낸다.
흙을 가까이 하다보니 갖가지 벌레와 만나게 된다.
말똥 밑에 숨어있던 지네, 사진속의 벽에 붙은 처음 보는 벌레...이름도 모르겠다...
곱등이, 쥐며느리(?), 집게벌레...거미도 그렇게 종류가 많은줄 몰랐다.
다행히 바퀴벌레는 없지만 그에 상당한 곱등이가 많아 가끔씩 놀라 소리를 지르게 된다.
거미는 적응이 되어 동거하는데 불만이 없지만 이놈의 곱등이는 영 적응이 될 것 같지 않다.
해가 지면서 바람이 시원해지고 하늘도 서늘한 파란색이 되었다.
아 이 많은 덩어리들을 어쩌나...
파리가 꼬여 빨리 치워야 하는데 아직 도울 사람이 없다.
제주엔 일할 사람 구하기가 무척 힘들다.
풀을 뽑고 자르려 인력사무소에서 도움을 받았으나 날이 너무 더워 일의 능률도 안오르고
사무실에 아침 일찍 가서 픽업하고 아침 참, 점심, 오후 참 챙기기도 바쁜데
일 끝나고 사무실까지 보내니 하루종일 매달려야 한다.
제주에서 처음으로 해보는 일들이 많아졌다.
내 마장 만들기, 가꾸기에 너무 바쁘지만 아직도 손이 많이 가야 정리가 될 것이다.
뿌리채 뽑아둔 잡초들이 햇볕에 사그라진다.
비가 오자 풀이 부쩍 커버려서 뽑는 일이 더 힘들었다.
말들 눈에 파리가 바글바글 꼬인다.
아직 작은 파리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큰 것을 쓰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빨리 하나 구해야겠다.
곁을 주지 않던 보물이 곁에 다가가서 등과 어깨를 긁어주었다.
풀을 먹다말고 주둥이를 삐죽이 내밀며 내가 베푸는 서비스를 즐긴다.
종종 아무 이유없는 친절을 베풀어야한다.
그래야 또 뭔 귀챦은 일로 왔을까 하여 피하지 않게된다.
목욕은 둘 다 시켰지만 이내 모래바닥에 굴러 모래가 많이 묻어있다.
파리가 덤비니 모래가 묻어도 좋을 것이라 그냥 내버려두고 씻어내지 않았다.
누구한테 물린 자국이 선명하다.
물만 마셔도 살찌는 잘코...아직 살이 덜빠졌다.
날이 더우니 배와 가슴에 땀으로 흠뻑 젖어 찬물로 씻겨주니 좋아한다.
하루종일 바빠 말등에 앉지도 못했다.
근자엔 꾀가 나서 자주 타지 않았는데 이젠 탈 시간이 적다.
곧 정리가 끝나면 훈련도 시키고 나중엔 이녀석과 동네를 걸어볼 생각이다.
장군이와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이녀석과 동네방네 다니고 싶다.
그러러면 앞으로는 자주 와야 할 것 같다.
하늘엔 깎아놓은 손톱만한 달이 떠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덥기전에 창고바닥정리, 예초기로 풀 정리하는 날이다.
아버지가 병원에서 퇴원하시니 점심때까지 많이 바쁠 것이다.
이제껏 잘 운영되는 마장에서 말을 타고 키웠지만
이제는 내가 직접 작으나마 말키우는 즐거움을 이곳에서 배우고 있다.
아마 5년전에 누가 내게 언젠가는 제주에 내 마장을 갖게 된다고 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내 인생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추진력이 부족한 내가 혼자는 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루시타노 목장의 홍지준 선생님의 격려와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
(홍선생님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는 이곳에서 여성들이나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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