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비가 많이 내렸다.
그렇게 많이 내렸는데도 아침에 창문을 여니 비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습하고 후텁지근한 날
고단해서 미적거리다가 파리막이 바지를 만들기 시작하고 오후에 잠깐 마장엘 갔다.
귀찮아서 만들기 싫지만 희망이가 하도 파리 때문에 정신을 빼놓아 시작했다.
소용이 있을지도 잘 만들어질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해본다.
파리옷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다리 전체를 감싸주는 바지다.
비싸도 만들기 싫고 힘들어 살텐데 그런 건 팔지도 않는다.ㅠㅠ
오늘은 말녀석들이 어쩔까 싶어 같이 만나게 해주었다.
펜스를 가운데 두고 안면만 터주기로 했다.
잘코는 뒤에 남고 나머지 애들이 주르르 내려왔다.
제일 호기심 많은 새벽이가 먼저 뛰어내려와 먼저 다가가고 삼월이도 다가간다.
안뇽~~?
나누어준 당근을 먹고나서 대장인 카포테가 관심을 보인다.
장금이도 빠질 수 없지.
조심스럽게 서로 코인사를 시도한다.
흠흠...
흠흠...
그리고는 갑자기 카포테가 귀를 눕히고 달려들어 희망이가 얼른 돌아서 내뺀다.
"아휴...깜짝이야..." 희망이가 멀리 서고 카포테는 옆에 있던 삼월이에게 심술을 부려 쫓는다.
삼월이가 꼬리를 감추고는 후다닥 순식간에 뛰어 달아난다.
"모르는 말에게 얼쩡대지 말고 가라고~!"
대장노릇 한 번 하고 으쓱거리며 카포테가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
"까불지마"라고 하는듯.ㅋ
희망이는 얌전하게 한쪽에서 건초를 먹고 장금이는 이미 잘코 있는 곳으로 내달았다.
새벽이가 이어 위로 올라가고 카포테가 뒤따라 올라간 후
혼자 얼쩡거리는 삼월이를 올려보냈다.
희망이는 아직 그라운드에서 매너도 잘 모르고 돌보는 사람 손을 덜 탄 것 같다.
세 살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동안 굶겨서 사람을 태운 모양이다.
하루에 한 번은 이렇게 만나게 해주고 희망이가 기운을 좀 더 차리게 두 달은 채워야 할 것 같다.
아마 나중엔 카포테-잘코-희망이-삼월이/새벽이-장금이가 될 것 같은데
실제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고 더 두고 볼 일이다.
올해는 아래 풀밭에만 씨를 뿌려야 될 것 같다.
연맥이랑 라이그래스 두 자루를 사왔는데 뿌리고 나면 땅이 넓어져서 풀은 실컷 먹이겠다.
이번주 목요일이나 금요일, 비 오기 전에 뿌릴 예정이다.
마방 문을 열어두고 말들을 풀어주었더니 비가 오면 들락날락 한다.
낮에 더우면 시원한 이곳에 서 있는데 밤에 보니 여기 들어와서 잔다.
아무래도 푹신한 베딩이 땅바닥보다 훨씬 좋지...
태풍이 오거나 하루 종일 비가 오는 날은 제외하고
앞으로도 가능하면 문을 열어두어 자기들이 마음대로 오가고 하게 둘 생각이다.
'Horse & People·말과 사람 > Kate's Barn·케이트마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에 (0) | 2017.09.12 |
---|---|
일기 (0) | 2017.09.12 |
일기 (0) | 2017.09.10 |
일기 (0) | 2017.09.09 |
일기 (0) | 2017.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