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se & People·말과 사람/Kate's Barn·케이트마장

일기

케이트박 2017. 11. 14. 23:01

마장엔 아침일이 바쁘다.

아침에 풀밭에 말들 풀어놓아 먹게하면서 밤새 늘어놓고 밟아놓은 말똥을 치운다.

마방을 물청소 하고 물통을 닦고 깨끗한 물을 받아준다.

그나마 이제는 건초 대신 아침에 생초를 먹게 하니 일이 적어진 것이다.

두 시간을 꼬박하고 아침을 먹고 다시 와서 말들이 먹고 한 시간 쉬는 동안

창고 청소나 마장 정돈등 이런 저런 일을 하고 나서 말을 타고 나갔다.

아침에는 카포테, 오후에는 잘코.

카포테가 감귤밭에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부른 밥차를 보고 무서워 하길래

내려와서 손에 데리고 그 버스를 지나 다시 올라타고 왔다.

카포테 녀석은 말을 참 잘 듣는다.



잘코는 같은 밥차를 지나가도 그리 무서워하지 않는다.

처음에 밖에 타고 나갔을 때 는 무서워서 풀도 못먹고 긴장하더니

이젠 꿩이 바로 옆에서 후드득 날아도 꿈쩍도 안한다.

좌우로 칡잎이 널려 있는 곳을 지나가면 먹고 싶어서 머리가 좌우로 흔들흔들.

그래도 믿음직스러운 녀석이다.


나 없을 때 누가 명함과 마실 것 한 박스를 두고 갔길래 무슨일인가 싶어 전화를 했다.

마장 바로 뒤에 귤밭을 정리하고 작은 주택단지를 만드는 모양이다.

공사를 할 것인데 피해 없게 할 것이라며 흙을 구할 수가 없다는 말을 덧붙인다.

제주는 흙이 귀해서 나도 땅 매립하며서 사려고 해도 흙이 없어 못구했다.  

누구는 땅값이 올랐다고 밥 사라는데 마장 옆에 주택 지어야 난 좋을 게 별로 없다.

시골이라 좋았는데 주택이 많아지면 더 조용한 곳을 찾아 마장을 옮겨야 할지 모른다.


메꾼 땅에 흙이 박해서 풀이 골고루 잘 자라지 않는다.

한쪽엔 대마장을 만들 때 쓸 모래를 쌓아놓았다.

위쪽 풀밭도 야들야들한 라이그래스가 잘 자라고 있다.

위 아래 번갈아 가면서 아침에 풀어놓을 것이다.


일교차가 심하여 아직도 회복중인 희망이가 추울까봐 얇은 옷을 입혔다.

삼월이가 또 야무지게 물면 옷이 찢어질 것이다.

겁이 많아 삼월이에게 쫓겨다니고 잘코에게도 심한 구박을 받는다.

늘 그런 긴장 속에 사는 건 아니지만 서열이 철저한 말 사회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직도 따로 사료를 주고 있어서 다른 말들 쫓아내고 희망이를 한켠에 가두는데

다른 녀석들이 쫓겨나면 얼른 자기가 먹는 곳으로 뛰어 들어온다.

덩치가 제일 커서 등 길이도 길다.

울 애들에게 줄여 입혔던 옷을 튿어 다시 길게 만들어 놓았다.

실밥을 미처 다 뜯지 못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옷을 입히니 내 마음에 만족스럽다.

희망이는 궁둥이 살이 올랐는데 아직 골반 앞쪽이 쑥 들어가 있고 그것마저 채우고

등 선이 부드럽게 펴지려면 아직 두어달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이제 석달째.

발굽이 가장자리가 군데군데 부서지고 꼬리 피부는 덜 나았다.

일단 기름과 연고를 발라주었는데 내일은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소독약을 발라주어야겠다.

털이 무척 어둡고 길게 자라 나름 겨울준비는 잘 하고 있다.^^

내일은 희망이 발굽을 줄칼로 다듬어 줘야겠다.

깨지고 위로 틀어 올라가고 하여 엉망이다.


지난달에도 축협에 건초를 주문했는데 오늘 건초를 다시 주문해 들였다.

여섯마리가 먹으니 쑥쑥 들어간다.

장금이는 카포테에게 다정히 기대고 있거나 카포테 똥 냄새를 맡고

혼자 떨어져 서있는 모습이 가임기가 온 것 같다.

삼월이와 새벽이를 다시 합쳐놓았는데 처음엔 삼월이가 젖을 못빨게 했는데

젖을 빨다가 젖이 안나오니 새벽이가 고개를 길게 틀고 냄새를 맡는 시늉을 한다.

  아주 트라우마 없이 이유를 잘 했다.

새벽이가 다시 엄마 곁에서 맴도니 잘코는 다시 혼자 먹을 때가 많아졌다.


참 길게도 썼네...

나 혼자 즐거워서 쓰는 말 얘기들, 작은 마장 안에 있는 말들도 나름 사는 이야기가 있다.

나중에 혹시 칠십이 넘게 살면 그때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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