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말 오랜만에 장군이에게 갔다.
지난번엔 내가 부르니 고개를 번쩍 쳐들고 꿈인가 생신가 하는 듯
잠시 가만히 있더니 크게 반기는 소리를 했었다.
이번에는 늘상처럼 반긴다.
아마 도착해서부터 바로 내가 장군이에게,
마치 마방에 가서 만져주며 내가 온 것 같은 영상을 미리 몇번 보내서인지 모른다.
장군이가 전에 내게 영상을 보내어 자신의 생각을 알게 했던 것처럼 나도 의도적으로 해보았다.
차분히 진정된 상태에서 마치 마방에 실제로 있는 것처럼
그 느낌, 냄새, 촉감을 다 동원해서 그 영상을 장군이에게 의도적으로 보내었다.
과연 장군이가 그것을 받아보고 알았는지는 장군이에게 물어볼 일이다.^^
녀석을 보니 세 시인데도 벌써 옷을 입고 스테이블 밴디지를 하고
하루 일과가 끝이 난 것처럼 마방에서 건초를 먹고 있었다.
분명 아침에 한시간 워커트롯터에 갔다가
오후에 한시쯤 또 한번 워커트롯터에서 운동하고 씻고나서 퇴근(!)한 것이다.
흠.
옷을 벗겨내고 엉망으로 감겨진(새로 들어온 마부인가보다) 것을 풀고 바로 데리고 나갔다.
그다지 흥분하지는 않는데 패덕에 풀어놓고 보니 신이나서 고갯짓을 하고
껑충껑충 네발 다 공중에 뜨게 제자리서 즐거워한다.
그런 녀석을 보니 웃음이 난다.
그저 조마삭운동에 기승운동은 했을테지만
내가 없으니 그냥 패덕에 풀고 맘껏 뛰게 하는 일이 전혀 없었을 것이다.
녀석은 써러브렛이라 역시 뛰고픈 본능이 있고 또 넓은 곳에서 뛰는 것을 즐겨한다.
처음 그걸 몰랐을때 녀석을 타고 아무도 없는 넓디 넓은 패덕에서 달리자고 했더니
경주를 하듯 즐기며 달리던 생각이 난다.
그 순간에도 내게 귀를 기울여 내 지시를 듣고자 했던 것을 기억한다.
여하간 다시 데리고 나와 풀을 뜯게 하고 여기저기 다니는데 한 곳에 갔더니
유난히 새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이건 노래 수준이 아니라 완전 강당에 모아놓은 중고등 학생 수다떠는 소리다.
재잘재잘 재깔재깔...
뭔 다툼이 있는지 한참을 떠든다.
처음에는 관심을 두지 않다가 장군이가 고개를 번쩍들며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오래전에도 근처의 나무에서 새 두마리가 난리 부르스를 떨자 녀석이 무서워 튀었던 일이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지라(!) 녀석과 충분한 공간을 두고 기다려봤다.
'뭔지 싫어~' 하는듯 튀어 줄에 연결된 채로 주변을 조금 돈다.
다시 녀석을 불러 천천히 안심시키고 풀을 먹게 하다가
장군이 녀석 흥분이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시간을 더 주었다.
풀을 먹다가 영 새소리에 신경이 쓰이는지 다시 튄다.
또 다시 불러 안심시키고 잠시 후에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갔다.
이 새소리 둔감화는 기회가 될때마다 조금씩 할 것이다.
둔감화 훈련은 조금씩 인내를 가지고 아무일 아니라는듯 할 것이다.
두려워하는 것은 대개 빨리 낯선 물체가 놀라게 하는 것에 대한 시각적 반응이지만
이와같이 소리에 민감한 반응이기도 한다.
같은 물건이라도 각각 보는 각도가 다르면 새롭게 느껴지므로 양쪽 눈으로 둔감화를 하게 한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잘 놀라니 이런 것은 천천히 조금씩 호기심을 발동시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면 좋다.
말은 호기심이 많아 충분히 시간을 주면 두려워도 다가가 알고 싶어한다.
이런 심리를 이용하면 둔감화 훈련이 쉽다.
그래서 말이 두려운 것으로부터 안전하게 느끼는 거리를 두고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하게 한다.
휘날리는 깃발을 두려워할때는 패덕에 꽂아두고 날마다 천천히
자기가 원하는때에 다가가서 냄새맡고 입술로 당겨보게도 한다.
풍선도 띄어놓고 억지로 하지 않고 스스로 호기심에 두려움을 극복하게 한다.
망아지는 갓 태어난 때부터 사람이 가까이 하면 나중에 기승 준비훈련이 쉬운데
한쪽 무릎을 땅에 대고 작게 앉아있다가 녀석이 스스로 호기심에 다가올때 서로 냄새를 맡는다거나
살짝 손을 내밀어 냄새를 맡도록 수동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어떤 연구에 의하면 어미 말을 매일 십오분씩 솔질을 하면서 망아지가 곁에서 그것을 보면
어미가 그루밍을 즐기며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을 배우기 때문에 이것 또한 좋다한다.
무엇이든 말이 되어 말의 입장에서 시도를 하면 간단하다.
두려워하는 반응을 흔히 공격적인 반응이라 생각하여 징벌을 하는때가 있다는데
두려움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제거해주고 시간을 두고 둔감화하면 고칠 수가 있다.
과거에 신체적 감정적 고통에 연관되었던 물건에 관한 기억이 강한 것,
그리고 그에대한 즉각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우리가 기억하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두려워하는 반응에 징벌을 하면 더 악화시키는 결과만 가져올뿐이다.
놀라서 기승중에 말이 옆으로 튀었다고 때릴 것이 아니라 안심시키듯 다정히 말을 하면서
두려워하는 것에 천천히 조금씩 다가가거나 보게 하여 자신감을 심어주면 좋다.
두려운 것과 신체적 고통, 그리고 기승자의 분노가 합치면 최악의 결과만 있을뿐이다.
장군이와 있으면서 기승했던 것보다
땅위에서 데리고 함께 걷고 많은 것을 시도했던 시간이 훨씬 많아
그간 말의 심리에 대해 피부로 겪으며 알게되는 경험이 많이 쌓였다.
끊임없이 궁금하여 읽어 온 많은 책들을 통해 배운 것,
그리고 그 저자의 말대로 시도해 보았던 것들이 내게는 자산이다.
지난번 미국에서 사귄 친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말을 잘 타는 선수들도 자기 말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안장 장착해 놓은 말을 올라타고 운동은 하지만
정작 말을 손에 이끌고 다니며 많은 시간 땅위에서 교감하거나
그 심리와 주변환경의 다양한 자극에 즉각 반응하는 말에 대한 앎이 없기 때문이다.
다루는 것 반 타는 것 반이다.
말과 함께 하는 것이 즐거워야 하고 즐겁게 타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시합에 나가 리본을 타는 일이든지, 말타고 놀멘놀멘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든지
말하고 땅에서 놀며 솔질해주고 이뻐해주는 것이든지
자기가 즐거운 것을 하며 말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말처럼 생각하고 느낀다면
말에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실상 말에 대해 배운다는 것보다는 말을 통해 삶에 대해 배우는 것은 그보다 훨씬 많다.
지난 여행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배워 가슴에서 뜨거운 무엇이 풍성이 채워지고 넘쳐나는 느낌이다.
열정, 즐거움, 삶에 대한 배움, 질문, 호기심....
앞으로도 이런 것이 내게 끊이 없이 샘솟기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