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se & People·말과 사람/Thoughts·승마인 생각

말에 대해 잘 안다구?

케이트박 2014. 4. 7. 08:28

제주 어느 식당엘 갔다.

뒷마당에 말이 하나 있었는데 이 마음 착한 식당 부부가 말을 두어마리 키우고자

다른 동네 어떤 사람에게 제주마를 한 마리 먼저 데려다 놓은 것이었다.

뒷마당은 나무와 수풀이 있는 곳으로 일반 마방보다 조금 작은 공간에

간격이 작은 칸을 만든 쇠로 울타리를 쳐 딱 한마리 넣을만하였다.

 

새끼를 곧 낳을만한 커다란 배를 하고 있는 암말이었는데

마방굴레가 아닌 목에다 밧줄을 직접 매어 말이 건초를 먹는 곳에 묶여져 있었다.

주인 아줌마에게 이야기 해서 풀어놓아야 한다고 말을 했더니

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분이시지만 동물을 아끼는 분이라

두려우니 풀어놓는 것을 도와달라 하여 도와 풀어주었다.

어차피 도망 갈 수도 없이 사방을 막아 놓은 곳에다

울타리를 쳐놓은 방어벽은 키가 작은 이 말이 뛰어넘을 수도 없는 높이고 

새끼를 낳으려면 개줄처럼 짧게 묶어놓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다시 점심을 먹으러 갔더니 또 묶어놓았단다.

이유인즉슨 그 키우던 할아버지가 와서 말을 풀어 놓았다고 몹시 화를 내며

자기는 평생 말을 키운 사람이며 (모르는 것이 없는데) 말은 묶어놓아야 한다며

다시 묶고 갔다고 했다.

아이구...

아니 말을... 개도 그렇게 짧게 묶지 않는데.

평생을 어떻게 말을 키웠는지 알겠다.

그분은 동네에서도 괴팍하기로 소문이 나있다는 분인데

아마 식용마로 작은 땅에 묶어 키우거나 꼼짝 못하는 공간에 가두어 키웠다 팔았을 것이다.

아무리 식용마라도 말을 묶어야 하는 때와 장소와 방법이 있는데

도망 갈 곳도 없는 곳에 가두어놓고 50센티정도 되는 줄을

오늘 내일 출산을 앞둔 순한 암말의 목에 묶어두어야 하는 논리적인 이유가 도무지 없다.

다시 풀면 안된다고 화를 내며 돌아갔다는데

자신이 팔아넘긴 말을 새주인에게 야단을 쳐다가면서 묶어두고 가는 것은 또 뭔가.ㅎㅎ

 

비단 괴팍하다는 이 할아버지뿐만 아니다.

문제는 말에 대해 모르면서 자신이 말을 얼마나 잘 키우고 잘 아는지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얼마나 알고 얼마나 모르는지 안다.

그런데 자신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모르며 잘 안다고/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책도 읽지 않고 인터넷에서 검색하며 공부하지 않고 호기심도 없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말을 타면서도 말 자체에 대해 무관심하다.

말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먹나?

살빼는 도구?

아마 나만큼이라도 말을 이해하고 아끼며 말에 관한 책을 읽었거나

다양한 말전문가들과 교류하며 배우는 경험이 있는 사람은

국내에 많지 않을 것이다.

자랑이 아니라 내 이야기가 그만한 근거가 있다는 이야기다.

 

자비를 들여 국내에 외국인전문가를 초빙해 승마인들을 위해 강연을 하기도 했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혼자 애를 많이 쓰는 것은

 조건이 열악한 우리나라 승마인들을 위한 나름 배려이자

말을 통해 비폭력과 생명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열정 때문이다. 

하지만가끔은 황량한 산에서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기다리며 소리치는 것 같다.

위안이 되는 것은 이제 조금씩 공감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모여지고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말과 사람의 신체언어, 행동언어., 심리도 모르고,

말을 다루는 법이나 조마삭을 할줄도 모르면서 남들에게는 자신이 말을 아주 사랑하고 교감!하며

자신이 어떻게 훈련하는지 가르치려는 사람들이 있다.

내 책 승마,교감의 예술이 나오고 나서 사람들이 교감이라는 말을 아무때나 쓴다고

교감이란 단어를 오용하는 것도 내 잘못인양 되어버렸다.

말을 쓰다듬는다고 말을 사랑하고 교감하는 것이 아니다.

교감은 때리면서 억지로 뜻을 굽혀 시켜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말에 대해 잘 알고 훈련할 줄 안다고 하는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꼭 말에 대한 책을 몇권이나 읽으셨어요? 라고 물어보시기 부탁드린다.

이제 승마와 말에 관한 책이 재활승마 시험교재를 포함해서 열 권 겨우 되는 나라에서

그 몇 권도 읽지 않고 혼자 말을 다루고 훈련하는 것을 배웠다는 사람을 신뢰할 수 있을까?

남들이 먼저 수백년에 걸쳐 경험하며 배우고 발전시킨 방법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이

남이 어깨 넘어 배운 것을 배워서 말을 때리면서 훈련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배울까?

과연 말을 훈련한다는 것이 책을 읽지 않고도 혼자 할 수 있으며 배울 수 있는 것일까?

물건을 사면 매뉴얼부터 읽는다.

제품에 관한 상식, 주의 사항,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어서

그대로 하면 제조업자가 의도하여 만든대로 고장내지 않고 잘 쓸 수 있다.

말도 자연이 만든대로 그 생태적 환경과 습성 심리, 행동언어를 알아야 한다.

 

말을 때려 남들이 보기엔 자신이 커다란 말을 제압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러면서 말을 사랑한다고 이야기 하다니.

그런 사람에게 한 수 배워 간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니...

세계적으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억압으로 하지 않고 말의 심리를 이용해서 훈련하고

말이 고통없이 배우며 사람을 신뢰하고 잘 따르는 것을 기본으로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말을 타는 사람들은 말을 아끼고, 때리며 타지 않는다.

말을 때리며 학대하는 것 같으면 바로 신고 한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아직은 그만큼 말에 대한 인식이나 복지에 대해 많이 뒤떨어져 있다.

 

말도 사람처럼 화장실 같은 작은 공간에 가두어 하루종일 지내면 스트레스가 되고

장기간 그렇게 지내면 일종의 정신병 생긴다.

자연이 준 태생에 거스리는 환경에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필요에 의해서 데려와서 가두고 키운다면 가능하면 최선을 다해

생태와 습성에 가까운 환경을 만들어 주어 스트레스를 적게 해주어야

그런 말을 타는 사람이나 다루는 사람이 안전한 것이다.

그러니 그 자체로 인력이나 경비가 소요가 많이 되는 것이고 그래서 귀족스포츠라 하는 것이지

우아하게 입고 멋진 곳에서 말을 타서가 아니다. 

말을 타는 것은 말을 키우는 입장에서 보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활동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도 주인이 말똥을 치우고 마방을 청소하는 일에 시간을 더 보내게 되며

승마를 배우고 싶은 어린아이들이 마장에서 일을 도우며 자연스럽게 말과 가까이 하게 되는 것이다.

말의 복지를 해야할만큼 해주지 못하면 말을 때리지나 말자.

말은 사람에게 등을 내어줄만큼 너그럽고 목숨걸고 따를만큼 신뢰하고 따르는 동물이며

사람과 교감할만큼 민감하고 고상하다.

말을 보면 그사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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