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se & People·말과 사람/Thoughts·승마인 생각

그루밍grooming-馬道

케이트박 2014. 4. 17. 10:36

그루밍grooming은 마도馬道다.

차를 달여 마시는데 다도茶道가 있듯이 말을 타는데는 그만한 마도馬道가 있다.

 

 

간신히 2만명이나 되는 승마인들이 있는 곳에서 이제 전국민 말타기 운동이 시작되어

승마에 관심이 조금씩 늘어가는데 

말을 타는 것보다 그라운드에서 말을 다루고 자아성장 프로그램을 이야기 하기엔

너무 많이 앞선 느낌이 있긴 하지만

이왕지사 앞서 가며 까짓 마도까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루밍grooming이란 말을 타기 전 말을 준비할 때 솔질해주고 발굽을 파주는 일이며

또는 언제고 그 자체로 하나의 의식義式ritual 또는 예식禮式이다.

 말을 탈 때나 말과 함께 있을 때 종종 자신의 깊은 내면과 마주하는 경험이나

몰입하여 무아無我의 경험을 가지고

자연과 하나임을 깨닫는 영성spirituality까지 느끼는 것이 영적이라는 의미에서

하나의 종교적인 경험으로 또는 그러한 종교적인 예식과도 같다고 비교할 수 있겠다.

신神은 먼곳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듯이

행복은 많은 소유나 먼곳에 있지 않고 역시 내 안에 있으며

말을 다듬어 주는 일에서 말을 타는 것과는 다르지만 그만큼 즐거운 행복감을 가질 수 있다. 

말들은 혼자 긁을 수 없는 목덜미나 등을 서로 믿는 친한 사이끼리 긁어주며

오랫동안 마주보고 서서 이 그루밍이란 의식을 행한다.

그루밍은 말을 이기적인 즐거움을 위해 타는 인간중심의 도구가 아닌

하나의 생명으로 존재 자체를 동등하게 존중해주며

예를 갖추어 주는 이타적인 행위이며 교감을 이루어내고 신뢰를 쌓아내는 행위이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바느질 하듯

서두르지 않고 결따라 쓰다듬는 매끄러운 솔질과

한 번 두 번 쓰다듬어 내리는 마음 담긴 솔질에 몰입하다보면 시간이 멈추어 버린듯

마음 쓰이는 지난 일이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도 없는

그저 솔질하고 있는 순간의 순전한 나만 있게 된다.

솔질 따라 멈춘 그 시간에는 말도 나도 솔을 통해 만나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사람의 손을 잘 타지 않은 어린 말들이나 야생마들은

사람에게 곁을 주지 않으려 하여

같은 공간에 가까이 서있게 하기에나 만지기도 많은 시간과 신뢰가 쌓여야 한다.

신이 내려주신 내 생명처럼 신이 내려주신 이 멋진 생명체는

아름답고 신비로우며 고상하고 놀라운 존재다.

 

최고의 포식자로서 진화해 온 입술의 언어를 가진 이성의 존재인 인간,

그리고 아주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피식자로서 무성 언어의 감성 아티스트인 말馬이 만나면

인간은 너와 나를 구분짓는 이성의 언어를 떠나 모두가 하나의 무리이고

언어 이전의 육감과 영감을 일깨워 자연과 우주에로의 돌이킴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빠른 보상을 위해 늘 서두르는 포식자가 시간을 갖는 일과 멈추어 내면을 보는 일

늘 빼앗아 오는 일에 익숙한 일로부터 그냥 이유 없이 주는 일을 배우게 한다.

이것은 땅위에서 말등으로 이어져

둘이 걷는 산길에서 태초의 모든 것이 충만한 공空으로의 의식의 회귀回歸

함께 일치된 존재의 만남이 모래위에서 찰나에 일어나게 한다.

 

이 모든 것은 먼지 묻은 손을 통해

흩날리는 털과 바람 사이,

말과 나 사이의 솔을 통해 시작된다.

그러니 말을 다듬어 주는 일은

나를 다듬는 일이며 도道라고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루밍grooming은 마도馬道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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