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쓴 글이지만 공감이 가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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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을 갖고 있다고 할 때마다 대개의 사람들은 똑같은 반응을 한다.
아주 놀랍고 대단한 일인 것처럼 말이다.
내가, "내가 말 몇마리 갖고 있는데..."라고 하면 마치 내가 외국의 공주라고 말했다거나,
하룻밤 사이에 대박이라도 났거나 (그랬으면 좋겠다!)
쿠키를 싸는 유니콘이라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말을 모르는 사람들은 말 소유에 대한 환상이 있다.
아주 최고급 마장시설, 올림픽 수준의 트레이너, 그랑프리 장애물 말,
...와아~ 말을 갖고 있다니 돈이 많은가 보다! (고맙지만, 그 반대랍니다!)
말은 올해 신상 파리막이 옷을 입고 있지만 나는 삼년째 같은 청바지를 입고 있다.
내가 말을 갖고 있다는 게 적응이 되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왜들 그런 반응을 하는지 모르겠다.
말을 갖고 타는 것이 아주 멋진 일이라는 소문이 났던가 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실망시켜서 미안하지만 멋진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정말로.
실상, 주로 떨어져 있는 말똥을 줍거나, 사료를 섞어주고, 물통을 박박 닦아주고,
몇시간씩 말 솔질을 해주는 것(이건 실제로 말의 먼지를 내게로 옮겨 놓는 것이다),
건초가 있어서는 안되는 곳에서 건초를 떼어내는 일인데
특히 내 말들이 하는 일중에 제일 잘하는 것은,
말들이 내가 먹을 게 없다든가, 먹을 것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나를 자꾸 거부한다는 것인데 뭐 몇번이나 그러는 것이지만 여전히 속상하다.
말머리에 부딛쳐 쑤시는 광대뼈, 떨어져서 삔 발목, 밟혀서 부러진 새끼 발가락,
그리고 차여서 멍든 허벅지가 말을 갖고 산다는 일이다.
아주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과 마침내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다시 시작하는 일이다.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오르락 내리락 하는 일이다.
신나서 오르지만 내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말에게 가르칠 때나 열심히 해서 리본을 탔을 때는 감정이 한껏 치솟는다.
다치거나 아플 때는 감정이 곤두박질을 친다...그리고 수의사 비용이 나갈 땐 아예 바닥을 친다.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마시라, 다 나쁜 건 아니다.
하나도 바꾸고 싶은 것은 없다, 왜냐면 이것이 비록 주로 고된 일이고
내가 원하는 만큼 말을 타는 것은 아니며 가끔은 머리를 쥐어 뜯고 싶지만
난 이것이 너무 좋다.
보람있고 신나는 일이다.
500킬로그램 나가는 동물이 자신을 완전히 신뢰하고 존중하는 것 말이다.
내가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말이 나를 보고 와서 인사하는 것이다.
말과 마음이 통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뭘 하자고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느끼는 일이다.
말을 타서 마음이 통한 상태가 되어 말에게 무엇을 요구하기 보다는
마침내 자신이 사람이며 동시에 말이 되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기승을 한 이후 느끼는 것이다.
게이트에 다다랐을 때 낮은 소리로 클클거리며 나를 반겨주는 것,
길고 긴 하루가 지났을 때 어깨에 주둥이를 대고 부비는 것,
아무도 들어줄 사람이 없을 때 갈기에 기대고 서서 울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작은 순간들과 제스쳐들이지만
이것은 자신에게는 굉장한 의미가 되는 전부다.
영원히 간직할 추억이며 사랑할 영혼인 것이다.
그것이 말을 갖는다는 현실적 의미이며 그것이야말로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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