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부터 이번 주에는 재활승마 봉사자 교육이 일주일간 있다.
장군이를 데리고 있기전 일 년 남짓 싸이드 워커로 돕기도 하고
마장이 쉬는 날 말들을 풀어놓고 씻기기도 하고
주중에는 이 재활승마 포니들을 타고 외승을 나가며 운동을 시키고 도운적이 있었다.
이번에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어차피 너무 뜨거운 날씨에 장군이 타러 가지 않는 날이 많아져서 그 시간에 이 일을 돕는게 좋겠다.
어떻게 된게 날씨가 매년 뜨거워지는건지
장군이를 처음 데리고 다닐 때도 뜨거운 대낮에 풀밭으로 여기 저기 다니며 뛰어다니고
풀 먹을때 옆에서 서 있기도 했는데 이정도로 더웠던 것 같지 않다.
에어콘이 된 마방엘 나서면 헉 하고 숨이 막히게 덥다.
여하간 오늘 폭풀람 센터에 갔다.
자원봉사자들은 몸에 걸리적 거리는 악세사리는 피해야 한다.
귀걸이가 말 굴레에 걸리거나 어린 아이들이 잡아 당기게 되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장 간편한 차림으로 와야 하고
구두는 승마부츠처럼 딱딱해서 말에게 실수로 밟혀도 다치지 않도록 보호가 되는 것을 신어야 좋다.
오늘 보니 새로운 봉사자는 딱 하나고 이전에 도왔던 봉사자들이 많이 왔다.
같이 패럴림픽 갔던 친구들이 많이 있어 즐겁고 느긋한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어차피 말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고 해봤던 일이라 새삼스러운건 없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들었다.
먼저는 택룸/Tack room (마구들을 두는 곳)으로 가서
오늘 시범을 보일 두 포니의 굴레와 안장, 리드 로프를 꺼냈다.
작지만 아주 잘 정돈이 되어있고 안장이나 굴레 모두 잘 닦여져 깨끗하다.
안장걸이 위에 재활승마 RDA 표시가 되어있고 마필번호가 씌여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홍콩이 워낙 덥고 습한데다 비가 올 때 가죽제품을 그냥 두면 곰팡이가 당장 슬어 버린다.
그래서 여기도 에어콘을 틀어 잘 보관을 하고
뜨거운 열대지방이라 말들이 종종 땀을 흘리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멍군이처럼) 에어콘을 가동해서 마방도 시원하게 해주어 말이 고통받지 않게 한다.
사람도 말도 생명은 귀한 것이고 모두에게 한결같이 compassion을 가져야
진정 재활승마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세상에 사는 생명체중에 사람만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자연은/Mother nature는 공평하게 모든 생명을 잉태하고 생산했고 유지 시켜준다.
키는 크지 않지만 이 큼직한 해프링어/Halflinger는 덩치가 크고 무거운(!)사람들을 위해 들여왔단다.
택룸에서 나와 마방을 돌며 마필들을 소개하고 각각의 성격도 얘기해주고
새로운 봉사자의 질문에 성의있게 대답해준다.
내가 갖고 있는 봉사자 셔츠는 연한 녹색인데 이 친구는 빨간색이다.
스코트랜드 친구 나나는 진한 녹색인데 이뻐서 찍었다.
사진에 제 색이 나오질 않았는데 풀처럼 초록색이다.
그리고 마방에 가서 오늘 시범을 보일 포니에 대해 말해주고
먼저 마방굴레를 씌우고 고삐와 코끈을 뺀 굴레를 씌운다.
재활 승마에서는 기본적으로 직접적으로 기승자가 직접 당기지 않도록
마방굴레에 고삐를 연결시켜 사용하는데
초보자도 그렇고 팔이나 손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 기승자들이 세게 채거나 당겨서
말을 놀라키거나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시범을 보이는 친구는 앤 소피다.
내가 도왔을 5년전쯤 시작한 친군데 내가 장군이랑 놀며 지낼때 재활승마 공부를 해서 교관이 되었다.
마방굴레 위에 굴레를 조심스레 씌운다.
밖으로 나왔다.
왼손에 들려있는 리드로프 끝에 난 고리에 손을 넣지 않는다.
손을 넣고 있다가 말이 갑자기 뛰면 손이나 팔을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에 쥐고 있는 리드 로프를 마방굴레 턱 아래 있는 둥근 쇠고리에 연결시켜
쇠고리 바로 아래의 리드 로프를 잡고 이끌고 다닌다.
리드로프는 재갈에 연결 시키지 않는다.
재활승마에 쓰이는 고삐는 색이 마디마디 다르게 되어 있는데
레인보우 레인(Rainbow rein)/ 무지개 고삐라고 하며 이렇게 마디마디가 다른 색이거나
좌우가 다른 색이기도 하는데 필요에 따라 쓴다.
이것은 교관이 "빨간색을 잡으세요~~" 라든지 "파란색을 잡으세요~~" 하며
알기 쉽게 지시할 수 있어 고삐 길이 조절이 쉽고
"왼쪽으로 도세요" 보다는 "빨간색을 당기세요"가 쉽기 때문이다.
쓰고 있지 않을땐 저렇게 한번 느슨히 묶어 목에 올려두면 길어 밟히지 않는다.
이것은 풋캡/Foot cap 인데
아이들이 승마하러 올때 부츠를 신고 오지 않고 대개 운동화를 신기 때문에
발이 등자에 빠져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앞이 막힌 보조도구다.
기본적으로는 등자가 바로 펴졌을때 붙캡이 말 배쪽으로 향하도록 고정시키면 된다.
등자에 끼우는데 벨크로/찍찍이를 열어 위에서 밑으로 부착시키고
붙캡에 달린 가죽끈을 등자 끈에 한바퀴 돌려 끼워 고정시킨다.
다 된 모습이다.
붓캡이 저렇게 말의 배쪽으로 향해 있어야 한다.
말을 탈때 기승자의 발 방향과 같이 하는데 처음 봉사자들은 종종 반대방향으로 부착시키기도 한다.
기승자가 없을 때는 저렇게 장비를 다 갖추어도 등자를 안장 위에 올려 다른쪽으로 걸쳐두어
말의 옆구리에 부딛치게 하지 않는다.
고삐 역시 한 번 매어 간단하게 목에 올려둔다.
안장 앞쪽의 가죽끈은 붙잡을 수 있는 핸드홀드/Handhold 다.
일명 원숭이 끈이라고도 한다.ㅎㅎㅎ
시각 장애인들도 오는데 이들은 아주 침착하고 순한 말을 세워두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말을 만지고 안장을 만지며 모든 것에 익숙하게 한다.
말을 생전 처음 보는 아이들은 놀라 울거나, 아예 볼 수 없는 경우 말이 어떻게 생긴지 모르기 때문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 무서워 하는 아이들은 역시 순한 말을 만지게 해서 친근감을 주고 서둘러 태우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승마모자를 쓰려고 하지 않는데 모자를 쓰지 않으면 절대 태우지 않는다.
모자를 주고 집에 가져가서 일주일간 적응시키고 다음에 모자를 쓰고 말에 태운다.
이렇게 말을 이끌고 걷는 사람은 리더들인데 재활승마 수업중엔 오로지 말만 책임지고 이끈다.
장애의 상태에 따라 옆에서 기승자를 돕는 싸이드 워커는 하나 또는 둘이 붙는다.
헬퍼들은 아무리 잘 아는 순한 말이라도 항상 말 앞쪽으로 다녀서
안전사고를 예방하며 동시에 좋은 본보기를 보여 누구든지 뒤로 다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싸이드 워커가 하나일 경우 리더의 반대 방향에서 기승자를 돕는데
말의 어깨쪽에서 기승자와 나란히 걷는다.
말을 누르거나 말에 닿거나 뒤로 쳐저 말의 배 뒤쪽으로 쳐지게 되면
말이 찰 수도 있으니 항상 기승자 옆, 말 어깨쪽에 걷는다.
기승자가 앞으로 몸을 숙이면 바로 앉으라고 말해주고
그래도 계속 숙여지면 잠시 서서 다시 바로 앉도록 리더에게 말해 마장 가운데로 말을 돌려와
말을 세운 상태에서 자세를 잡고 다시 줄로 들어가 뒤 따라 간다.
속보시에는 안장 앞쪽을 손으로 잡고 팔이 기승자 허벅지를 가로지르도록 잡고 같이 뛴다.
다리가 자꾸 앞이나 뒤로 심하게 움직이면 바른 자세에서 발뒷꿈치를 손으로 잡아쥐어
앞으로나 뒤로 움직이지 않게 도와준다.
지금 걷기, 방향 바꿀때 리더가 말 옆에서 다른쪽으로 위치를 바꾸는 방법, 속보 하기를 시범 보인다.
싸이드 헬퍼가 있을때는 싸이드 헬퍼가 먼저 말 앞을 가로질러 방향을 바꾼다.
기본적으로 리더가 마장 안쪽으로 말을 리드하고 걷는데 말 어깨 옆에서 걷지만
뒤에 따라오는 쌔라처럼 왼쪽으로 돌다가
오른쪽으로 돌기 위해 앞선 벤이라는 친구는 이미 방향을 바꾸어 반대 방향으로 진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방향을 바꿀 때는 말의 앞으로 가면서 말을 향해 몸을 돌려 한두걸음 뒷걸음질로 걷다가
얼른 조용하고 침착한 움직임으로 말의 어깨옆에 서도록 바꾸어 선다.
말과 말 사이는 안전거리가 필요하다.
말의 개인적 성격과 버릇을 알아야 기승자에 맞추어 말을 줄 수 있고
또한 리더나 싸이드 헬퍼에게 주의 사항을 알려줄 수 있다.
말이 빠르게 걷는 말인지, 싸이드 헬퍼가 뒤쪽으로 가면 차려고 한다든지
어느 말과 어느 말은 사이가 안좋아서 거리를 항상 두어야 한다든지 등등.
방학동안 내내 창고에 갖혀 있던 승마모자가 일광욕을 하고 있다.ㅎㅎ
다섯살짜리가 쓰는 아주 작은 모자부터 성인 싸이즈까지 다 나와 습기를 햇볕에 말려 날린다.
이번 패럴림픽의 스타 넬슨의 포스터가 사무실 여기 저기에 붙여있다.
드레사지는 실망스러웠지만 프리스타일은 잘해냈다고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사실 그가 타고 출전한 아이씨 베트/Icy Bet는 퇴역 경주마라
훈련된 유럽의 웜블러드와 경쟁한다는게 어떻게 보면 좋지 않은 조건으로 시작한 시합이란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나이도 스물인가 되었던가 여하간 경기 전에 다리에 밴디지를 붙이고
눕혀서 다리가 붓지 않도록 별짓을 다해 관리하고 수의사에게 합격을 받아냈단다.
끝나고 나오니 새로 재활승마 포니가 하나 들어왔다고 한다.
커다란 말 수송차량이다.
쟈키클럽에서 쓰는 장비들은 하나같이 탐난다.ㅎㅎㅎ
재활승마 포니들은 주중엔 장애아동을 태우고 주말엔 일반인을 태우기로 쟈키클럽과 협의 되었고
재활승마 협회에서는 매달 마방비를 내주면 마필관리 모든 것을 쟈키클럽에서 다 해준단다.
전문적으로 정성껏 말을 돌보고 관리하는 홍콩 쟈키클럽이 부럽기만 하다.
우리나라도 마사회에서 이렇게 재활승마나 재활승마 마필을 전문적으로 관리해 주었으면 참 좋겠다.
그런 의무가 있고 족히 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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