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말 타는 사람들의 꿈이라면 아마 자기 마장을 갖는 것이리라.
덜컥 일을 저질러놓고 마장을 만들어 가면서 즐겁기도 하고 좋지 않은 일도 있었다.
그간 겪어 알게 된 것은, 땅을 사고 무엇을 하려고 하면
근거도 없는 사람들이 와서 사람들 사이에 사기를 치는 사람도 있고
말에 관계된 일로 만나는 사람들중엔 사깃꾼도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자신도 잘 모르면서 아주 전문가인척 말도 안되는 일을 하거나 잘못 가르치는 사람들도 있고
좀 안다는 사람이 남을 도와주는 것처럼 하다가 이용해
자기만 돈을 벌고 상대에게 피해를 끼친채 떠나거나
말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늙고 건강하지 못한 말을 비싸게 파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 이야기를 무조건 믿을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 하는 것이 믿을만한지 알아보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많은 개인마장에서 일을 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말과 마필관리에 대해 기본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말에 대해 전문가라면 적어도 말에 관한 책을 최소한 100권이상 읽었어야 한다.
100권도 결코 많지 않다.
책두어권조차도 읽지도 않고 전문가라고 남을 가르치는 사람의 말을 믿어서는 안될 일이다.
마장을 완벽하게 하려면 가꾸는 일이 끝이 안보이지만
점차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있다.
지나가다 사각마장 주변에 말녀석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처음 잡초만 우거진 모습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뀐 것을 보니
작년 땅을 구입한 이후 마장을 만드는 과정은 짧고도 긴 시간이었다.
때로는 풀을 뽑으며 쭈그려 앉아서 내가 지금 뭘 하나 어이 없단 생각이 든적도 있었다.
하지만 하나 하나 모든 과정이 다 자기 실현과 즐거운 배움의 과정이라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을 행운이며 감사한 일이라 여기고 즐기고 있다.
땅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지대가 제일 낮은 아래에는 풀밭과 사각모래마장, 마분창고를 만들었고
중간엔 창고와 원형마장, 마방/washdown이 있다.
맨위에는 사무실,가두리와 그늘, 그리고 컨테이너 창고와 풀밭이 있는데
1000평이 되는 이곳에서 나오는 라이그래스로 세 마리에게 줄 생초와 건초가 충분하고도 남는다.
그래서 이 아래마장 초지는 아끼지 않고 말을 풀어두어 풀이 길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여기 풀마저 길어지면 도저히 다 먹이지도 못하고
말들이 너무 먹지 못하도록 가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밤새 풀어놓아 돌아다니면서 박박 뜯어먹어 풀들이 길게 자랄 틈도 없고
말들이 심심하게 서 있는 시간이 적어 좋다.
말이나 사람이나 행복해야 즐겁게 일할 수 있다.
돌들이 많고 나름 오르고 내리는 곳이 있어 말들이 항상 움직이며 돌아다녀
발굽이 튼튼하고 정신적으로도 안정되고 편안한 마장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마방에 갖혀있는 말들을 보면 내가 너무 답답하고
게다가 입에 먹지 못하게 망이라도 씌워 놓은 말들을 보면
본성에 정반대의 삶을 요구 받는 말들의 스트레스가 느껴져 너무 힘들다.
가둬두어야 하면 건초를 주어 심심하지 않고 위에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무언가 끊임 없이 먹을 것을 주던가
아니면 하루에 몇시간이라도 넓은 곳에 풀어두어 스트레스를 줄여주던가 해야 한다.
사람동물 아닌 다른 동물들도 우리처럼 갑갑해 하고 신체적,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다.
코끼리나 고래들, 새들도 죽은 동료나 가족을 슬퍼한다는(grieving)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간동물과 인간 아닌 동물들은 그렇게 우리의 오해나 착각만큼 다르지 않다.